서울시는 월드컵을 맞아 서울을 찾게 될 외국인 관광객들을 겨냥해 고궁과 주요 산에 야간 조명시설을 갖춰 화려한 장관을 연출하기로 했다. 야경 포인트는 외국인들이 선호하는 고궁과 이태원로 정동길 등에 맞춰졌다. 서울시는 서울시립대 도시과학연구원과 이온디자인연구소에 용역 의뢰한 ‘서울시 지역별 야간경관 계획’ 보고서가 나오는 대로 이달 말경 대상지를 선정한 뒤 문화재청과 협의를 거쳐 12월 중순까지 구체적인 사업시행 시기 및 방법을 결정할 계획이다.
▽고궁에 야간조명 설치〓이온디자인연구소가 서울시에 제출한 중간보고서에는 덕수궁을 야간에 개방한 뒤 외국관광객 및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그룹 투어’를 운영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서울시는 고궁의 야간개방이 처음 있는 일인만큼 덕수궁 야간개방을 내년 월드컵축구대회 기간에 한시적으로 운영해보고 반응이 좋을 경우 문화재청에 ‘상설 개방’을 건의할 예정이다.
덕수궁 이외에 경복궁 창경궁 운현궁 주변에 조명시설을 갖춰 고궁 담의 아름다움을 강조하고 국빈 영접 등 국가행사에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외국에서 보기 드문 도심 내 산악의 조명계획도 눈길을 끈다. 인왕산에 가설 조명등을 설치해 바위가 많은 서울 산의 특성을 부각시키는 한편 낙산 주변에 조명시설을 갖춰 600년 넘게 이어져 온 서울 성곽의 역사성을 되살린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빛의 거리’ 조성〓국내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이태원로 테헤란로 정동길 일대가 주무대로 떠올랐다.
특히 옛 러시아공사관을 비롯해 성공회성당 정동제일교회 등 한국 근대건축물의 집합지인 정동길에는 빛을 내는 광고물이 거의 없어 빛을 이용한 연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꼽혔다.
또 외국관광객들이 쇼핑차 즐겨 찾는 이태원 일대 도로와 최첨단 빌딩이 밀집한 서울의 업무 중심지 테헤란로도 화려한 야간 조명시설을 갖춘 명소로 탈바꿈시킬 예정이다.
▽‘빛의 이벤트’ 연출〓서울시는 상암동 월드컵주경기장에 인접한 양화대교 내 선유도를 ‘빛의 섬’으로 꾸며 개막식 분위기를 고조시킬 예정이다. 또 경기장 옆 난지도 경사면에는 프로젝션 기법으로 월드컵 이미지 및 텍스트를 표현하고 ‘공기막 조형물’로 ‘생명의 나무’를 형상화한다는 것.
이 밖에도 여의도 국회의사당 뒤편 여의서로(윤중로) 벚꽃길과 외국관광객이 자주 찾는 올림픽공원에도 야간 조명시설을 설치할 예정이다.
▽넘어야 할 산은 없나〓서울의 일부 고궁을 야간에 개방하는 문제가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다. ‘그룹 투어’라는 안전장치를 마련하긴 했지만 야간개방 후 문화재 보호문제 등은 쉽지 않은 과제이기 때문.
또한 앞으로 예상되는 전력난에 비춰볼 때 야간경관 확대방침은 일회성 이벤트로 그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차지완기자>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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