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준PO 1차전 명암

  • 입력 2001년 10월 8일 18시 34분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기 마련이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맞붙은 두산 홍원기(28)와 한화 김종석(30)도 그랬다. 홍원기는 99년 5월 한화에서 두산으로 트레이드되는 아픔을 맛봤다. 그해 한화는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4연승을 거뒀고 홍원기는 친정팀의 승승장구를 멍하니 지켜봐야 했다. 거꾸로 김종석은 지난해 6월 현금 1억원에 두산에서 한화로 둥지를 옮기는 비운을 겪었다.

비슷한 사연을 지닌 홍원기와 김종석은 올 정규시즌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홍원기는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한 채 교체멤버로 유격수 2루수 3루수 자리를 돌아다니며 땜질하듯 간간이 출전했다.

반면 김종석은 시즌 타율 0.315에 16홈런 65타점의 눈부신 활약을 하며 제2의 전성기를 활짝 꽃피웠다. 자신의 프로 최고 타율, 최다 홈런, 최다 타점기록을 모두 갈아치우며 팀을 준플레이오프로 이끈 것. 두산에서 뛰던 95년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이후 6년 만에 다시 ‘가을 잔치’를 맞이한다는 기쁨에 들떠 있었다.

하지만 포스트 시즌 들어 이들의 운명은 다시 뒤바뀌었다. 7일 잠실에서 열린 양 팀의 1차전에서 홍원기는 주전 유격수 김민호의 부상으로 대신 스타팅 라인업에 뽑히는 행운을 누렸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는 놓칠 수 없는 법. 정규시즌에서도 올시즌 타점 42점 가운데 절반 가까운 16타점을 한화전에서 올렸던 홍원기는 이날 4타수2안타에 1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특히 4-4 동점이던 6회 1루수와 우익수 사이에 떨어지는 안타로 결승점을 뽑아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타석에서만 잘 한 것은 아니었다. 그물 같은 수비로 안타성 타구까지 번번이 잡아냈고 안정된 병살 플레이로 한화의 득점을 무산시켰다.

홍원기가 펄펄 나는 사이 지독한 감기 몸살로 경기 전날 링거주사까지 맞고 출전한 김종석은 고개를 푹 숙였다. 3타수 무안타에 병살타 1개로 중심타자다운 면모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옛 동료들 앞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려 했으나 오히려 자존심만 구겼다.

1차전에서 승리한 두산 김인식 감독은 “홍원기가 기대 이상으로 잘 해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화 이광환 감독은 “두산보다 내야 수비에서 열세였으며 김종석이 부진했으나 우리 팀에 그만한 타자도 없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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