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8시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 오페라극장 앞 광장. ‘2001 하노이 관광페스티벌’ 개막식에서 브억 하노이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은 거리를 가득 메운 수 만의 관중과 유럽 아시아에서 온 200여명의 기자와 관광업자 앞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곧이어 현장에서는 ‘하노이의 과거와 오늘’이라는 주제로 축제행사가 펼쳐졌다. 그 중 패션쇼는 파격적이었다. 베트남 전통 의상과 최신 현대의상을 입은 모델이 화려한 조명아래 등장했는데 현대적인 의상을 입은 모델의 일부는 속살을 드러내는 대담한 노출도 불사했다. 사회 각 분야의 과감한 개방. 이런 베트남의 ‘도이 모이’(개혁 개방)정책 덕분에 하노이를 찾는 관광객은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9월 현재 하노이를 찾은 관광객(국내외)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이상 늘었다는 통계가 그것을 뒷받침한다.
그러면 하노이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개방 하노이가 가장 자신있게 권하는 관광자원, 그것은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World Heritage)로 지정된 하롱 베이(下龍灣)이다.
#하롱 베이 찾던 날
저녁 어스름에 도착한 하롱 베이. 먼 바다 위로 수많은 검은 그림자가 빽빽이 들어선 모습만 어렴풋이 보였다. 이튿날 아침, 빛 속에 그 실체가 드러났다. 울창한 숲에 뒤덮인 수 많은 섬의 집합이었다. 제주도 면적(1810㎢)의 6분의 5쯤 되는 1500㎢에 약 2000개나 되는 섬이 밀집한 풍경. 이 세상 어디서고 보기 어려운 비경 아닐까.
각각의 섬을 보자. 깎아지른 절벽을 지닌 채 좁고 길게 하늘로 솟구치듯 한 모습이다. 수 많은 산이 강물에 솟은 듯한 중국의 계림을 바다로 옮겨 놓은 풍경이라면 좀 더 상상하기 쉬울까. 이 곳이 바로 구국의 전설이 얽혀 있는 베트남 민족의 상징, 하롱베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태백산이나 백두산 쯤 될 것이다. 이곳 사람들이 들려준 전설은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 하늘에서 수 많은 용이 내려왔고 영원히 이 곳에 머물며 베트남을 수호하기 위해 그 용들이 모두 섬이 되었다는 것이다.
배를 타고 그 섬의 집합속으로 파고 들었다. 좁은 섬 사이사이로 배는 미끄러지듯 나아갔고 그 때 바다 풍경은 초단위로 바뀌었다. 첩첩산중의 골짜기 골짜기마다 풍경이 바뀌듯 섬과 섬으로 겹겹이 포개진 바다는 양파처럼 껍질을 벗겨내도 비슷하지만 새로운 모습으로 여행자앞에 나타났다.
“한국에 금강산이 있다면 베트남에는 하롱베이가 있다고들 하지요.”
능숙한 우리 말로 이렇게 말한 이는 안내를 맡은 베트남인 가이드 응웬옥넴씨(58). 평양의 김일성종합대학에서 한국어를 배운 한국통이다.
#수상촌(水上村)의 풍경
다도해의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했다. 섬 몇 백개를 헤치고 나아갔을 까. 큰 섬 여러 개가 병풍처럼 둘러친 바다에 수상촌이 보였다. 말 그대로 배에서 의식주를 해결하는 사람이 마을을 이룬 곳이다.
섬을 버리고 배에서 사는 이유. 분명했다. 섬해안이 모두 수직 절벽이어서다. 그러나 하늘은 무심치 않았다. 못 오르는 섬 대신 잔잔한 바다를 준 것이다. 배에서 살기 편하게. 살짝 그들의 선상생활을 옅 보았다. 연탄불에 요리하고 축전지로 TV를 본다. 개도 한 두 마리씩 보였다. 배에 사나 땅에 사나 사는 방식은 같았다. 아침이면 큰 배가 학생들을 태우고 갔다가 오후에 집집마다 데려다 준다.
어린아이들은 오전수업만 하고 오후에는 고기를 잡는단다. 고단한 삶이련만 푸념없이 지칠 줄 모르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 이었다.
<하롱베이(베트남)〓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하롱 베이 여행정보▼
◇교통 △서울↔하노이〓베트남항공 직항편(5시간 소요) 주3회 운항중(화 목 토 02-757-8920). △하노이↔하롱베이〓택시/80만동∼120만동(미화 1달러〓약 1만4500동), 버스(3,4시간 소요)/5만동(하노이 시내에서 2시간마다 출발)
◇현지 투어 △하롱베이 선상투어(5시간 소요)〓5만동∼7만동(점심 포함) △하롱베이 석회동굴〓3만동(별도). △추천 호텔〓①하노이 니코 호텔(103달러) 84-4-822-3535 ②하롱베이 호텔 (40∼50달러) 84-33-845-209, 845-210(가격은 2인1실 아침식사 포함 기준)
◇음식〓베트남 쌀국수, 전통 만두 ‘짜죠’요리는 꼭 한 번 맛보자. 식당 음식은 세트메뉴인 경우가 많다. 다음은 여행중 직접 들른 식당 △시즌 오브 하노이(Seasons of Hanoi)〓베트남 최대 여행사인 ‘사이공 투어리스트’가 추천한 곳. 유럽여행자가 많았다. 베트남식으로 요리한 세트메뉴(밥 만두 돼지고기 닭고기 야채)가 6만 동. 84-4-843-5444 △남탄(Nam Thanh)〓베트남식 요리(밥 만두 돼지고기 생선조림 야채)가 5만동.
◇하노이 볼거리 △전통 무용 및 패션쇼〓하노이 대극장(매일 오후 6시∼10시) 3∼8달러. △수상 인형극〓물위 무대에서 펼치는 베트남 특유의 인형극(매일 오후 6∼9시) 3∼5달러. △민속박물관 〓54개 민족으로 이뤄진 베트남의 다양한 생활풍습과 주거형태를 볼 수 있다. 84-4-756-2193, 1만동.
◇할인 정보〓현지 여행사인 사이공 투어리스트(84-4-825-0923)을 통해 예약하면 교통 숙박 식사비용을 10∼15% 할인 받을 수 있다. 한국어 가이드 응웬옥넴(원옥념)씨 전화번호는 091-3037-108.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