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국여도’가 약 200년 만에 원래 모습대로 부활했다. 서울대 규장각은 효형출판사와 손잡고 최근 이 지도첩을 원본 그대로 재현해 문화상품으로 만들어냈다.
17매 지도로 구성된 ‘동국여도’는 한양 ‘도성도(都城圖)’를 비롯해 북한산성 남한산성 임진강유역 한강하구 강화도부근지역 등 서울 인근 지역이 상세히 그려져 있다.
이 지도의 매력이자 특징은 산천의 자연환경을 회화적 기법으로 표현해 예술적 흥취를 느끼게 한다는 점. 요즘 지도에서 맛볼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이다. 기본적으로 국방을 위한 군사 목적의 지도였지만 미적인 감각을 놓치지 않은 것이다. 내용 면에서도 군사적 요소에 그치지 않고 팔도 군현을 연결하는 교통로, 유명한 누대(樓臺)와 사찰, 경승지, 이름난 촌락 등도 함께 표시했다.
200년 전 서울의 변화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는 점은 이 지도의 또 다른 특징. ‘도성도’를 보면, 다른 도성도와 달리 성 밖에 밀집한 가옥들이 잘 표현돼 있고 한강 주변과 교통 요지에서 성장하던 취락의 모습이 드러난다. 조선 후기, 도성 주변의 역동적인 변화상을 반영한 것이다. 이번 ‘동국여도’ 영인본은 원본의 지질과 색감을 잘 살려 19세기 고지도의 멋과 풍취를 그대로 전해준다. 이를 위해 일일이 수작업으로 제작했고 오상학 규장각 연구원이 각 지도마다 상세한 해설을 덧붙여 이해를 돕고 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