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승부엔 없다 '피도…눈물도…양보도…'

  • 입력 2001년 10월 11일 18시 27분


현대와 두산의 플레이오프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7차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만들어낸 팀간의 대결이라는 것 외에도 팬의 가슴을 설레게 할 ‘볼거리’가 충분하다. 일단 양팀이 12일 수원구장에서 열리는 1차전 선발로 임선동(현대)과 구자운(두산)을 내세운 가운데 눈여겨볼 관심거리는 뭘까.

▽과연 형제는 용감할까?〓“형, 우리 형제끼리 보너스 받게 됐네?” 이틀 전 전화통화에서 정수근(두산·24)의 동생 정수성(현대·23)은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포함되자 흥분된 목소리로 형에게 자랑을 늘어놨다. 수근-수성 형제는 나란히 덕수정보고 출신으로 쏙 빼닮은 얼굴에다 플레이 스타일까지 비슷한 ‘닮은꼴’. 하지만 ‘형보다 나은 아우 없다’고 정수근은 프로에서 일찍 빛을 본 데 반해 정수성은 97년 입단 후 주로 대주자나 대수비 요원이 고작으로 1군경기나 포스트시즌에 마주칠 일이 별로 없었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선 정수성이 뛰게 됐으니 형과 동생이 모두 신이 난 것은 당연한 일. 형 수근은 선배입장에서 “시즌 때와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니까 경기에 나가면 항상 신중하게 플레이하라”며 점잖게 동생 수성에게 충고했다고.

▽‘심-심의 전쟁’〓올해 2월9일. 프로야구 팬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심정수(현대)와 심재학(두산)이 맞트레이됐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 두 선수의 팀내 비중과 두꺼운 팬층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깜짝 트레이드’였다. 당시 한국시리즈 우승멤버였던 심재학은 “황당하다”고 했고 프로야구선수협의회 주축으로 구단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혔던 심정수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내 최고의 어깨로 포지션도 우익수로 같은 데다 화끈한 방망이를 보유한 둘은 우열을 가리기 힘든 실력의 보유자. 1년 만에 팀을 바꿔 ‘옛동지’를 ‘적’으로 삼아 맞붙게 된 둘의 맞대결은 최고의 관심사다.

▽용병 대 용병〓두산 우즈와 현대 퀸란은 팀공헌도면에서 ‘A급’에 해당되는 용병들. 우즈는 파워 넘친 방망이로, 퀸란은 뛰어난 수비에다 간혹 터지는 장타력으로 단단히 한몫을 한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우즈와 퀸란은 나란히 홈런을 터뜨렸지만 MVP는 2-2 동점에서 결승 3점포를 날린 퀸란이 가져갔다.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이들의 ‘한방’을 지켜보는 것도 특별한 재미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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