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코렐리의 만돌린'-'바운스' 두 여배우의 색다른 사랑 찾기

  • 입력 2001년 10월 11일 18시 27분


●크루즈 주연 '코렐리의 만돌린'…점령군 사랑하는 그리스 섬처녀

영화 ‘코렐리의 만돌린’은 2차 대전을 배경으로 그리스의 어느 작은 섬 마을에서 적군인 이탈리아 대위와 그리스인 마을 처녀의 사랑을 그린 러브스토리다.

펠리기아(페넬로페 크루즈)는 섬에 단 한 명뿐인 의사의 외동딸. 다른 마을 여자들과 달리 아버지에게 교육받은 펠리기아는 웬만한 치료를 직접 할 수 있을 만큼 똑똑한 처녀다. 그러나 펠리기아에게는 글을 못 읽는 무식한, 그러나 열정적인 약혼자 만드라스가 있다.

예고1, 2 보기

전쟁이 터지자 만드라스를 비롯한 마을 청년들은 전쟁터로 끌려간다. 그러나 그리스는 패배하고 섬 마을에는 이탈리아군과 독일군이 주둔한다.

오페라의 아리아를 흥얼거리며 만돌린을 연주하는 낭만적인 이탈리아 장교 코렐리 대위(니컬러스 케이지)는 펠리기아의 집을 숙소로 사용하게 된다. 코렐리는 아름다운 펠리기아를 흠모하게 되고 ‘적’에 대한 적개심에 불타던 펠리기아 역시 조금씩 그에게 빠져든다. 그러나 이탈리아가 연합군에 항복하면서 섬에 있던 이탈리아군은 독일군에게 처참하게 사살된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코렐리는 이탈리아로 돌아가며 펠리기아와의 사랑은 끝나버리는 듯하다. 그러나….

‘코렐리의 만돌린’에서 사랑 이야기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에메랄드 빛 바다와, 섬에 부서지는 부드러운 햇빛을 담아낸 서정적인 영상과 감미로운 음악이다.

멜로 영화에서는 연기력 못지 않게 주연 남녀배우가 빚어내는 눈에 보이지 않는 ‘화학적 반응’이 필요하지만, 안타깝게도 페넬로페 크루즈와 니컬러스 케이지 사이에는 번쩍이는 ‘불꽃’이 크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스페인 출신 크루즈는 시종 화장기 거의 없는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매혹적이다.

그러나 케이지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경력이 무색할 만큼 어색한 이탈리아 액센트로 연기해 ‘라스베이거스를 떠나며’에서와 같은 흡인력 있는 연기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다소 실망할 듯하다. 15세 이상 관람 가. 19일 개봉.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펠트로 주연 '바운스'…남편이 떠난 빈자리에 그의 친구가

실제 연인 사이인 벤 애플렉, 귀네스 팰트로 커플이 주연한 영화 ‘바운스’(원제 Bounce)는 최근 선보인 로맨스 영화 가운데 ‘사랑〓운명’이라는 공식에 가장 근접해 있다.

잘 나가는 광고 회사의 젊은 중역 버디(애플렉)는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던 중 폭설로 비행기 출발이 늦어져 공항에서 서성이다 금발의 미미를 발견한다.

독신인 버디는 ‘작업’에 들어가려 하지만 함께 있던 극작가 그렉이 눈엣가시. 마침 그렉이 자신과 같은 로스앤젤레스 행(行)인 걸 안 버디는 다음날 출발하려던 그렉과 비행기표를 바꾸고 미미와 하룻밤을 보낸다.

예고 / 뮤직비디오 보기

하지만 버디는 그렉이 비행기 폭발사고로 죽은 걸 안 다음부터 술로 나날을 보낸다. 죄책감을 견디지 못한 그는 어느날 그렉의 아내인 애비(팰트로)를 찾아간다.

이쯤 되면 영화는 한 남자와 그 때문에 남편을 잃은 미망인과의 판타지 같은 사랑을 향해 치 달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장점은 애플렉과 팰트로라는 두 아카데미 수상자들로 하여금 사랑의 결실로 나아가는 과정을 지극히 정적(靜的)으로 그리게 하면서 이야기의 현실감을 극대화한 점이다.

각본과 감독을 맡은 돈 루스는 이를 위해 영화 곳곳에 소박하지만 사랑스러운 ‘소품’들을 심어 놓았다.

버디가 애비의 두 자녀와 함께 우리나라의 ‘캐러비안 베이’ 쯤 되는 곳에서 물장구치고 노는 장면도 이 환상적인 로맨스에 현실감을 부여한다. 영화의 대부분이 촬영된 로스앤젤레스 교외의 편안한 분위기도 소품 노릇을 톡톡히 했다.

워렌 비티-아네트 베닝, 톰 크루즈-니콜 키드먼(현재 이혼) 커플이 정작 영화에서는 앙상블을 이루지 못하고 삐걱거린 것과 달리, 이들 커플은 영화에서도 조화롭고 매끄러운 연기를 펼친다. 데뷔 직후부터 그 우아함으로 ‘제2의 그레이스 켈리’라는 평을 들었던 팰트로는 이 영화에서 상처받은 아줌마 역을 천연덕스럽게 해냈다. 12세 이상 관람 가. 27일 개봉.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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