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금발이 너무해’의 주인공 엘르 우즈는 ‘바비 인형’처럼 매력적인 외모를 지닌 20대 초반의 부잣집 딸. 대학 성적이 평균 4.0일 정도로 머리가 우수하지만, 미국 사회에서 ‘피부색’ 못지 않은 편견 대상인 ‘머리색깔’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백치 금발’(Dumb Blond·머리 나쁜 금발 미인을 지칭하는 말)로만 본다.
세상 물정 모르는 엘르의 최대 관심사는 몸 치장과, 하버드 법대에 진학하게 된 정치가 지망생 남자친구 매튜와의 결혼이다. 그러나 어느날 매튜는 충격적인 절교선언을 한다. “내게 필요한 아내는 ‘재키(재클린 케네디)’지, ‘마릴린 몬로’가 아니다”라는 말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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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는 사랑을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온갖 노력 끝에 하버드 법대에 진학하지만 매튜 곁에는 이미 이지적인 외모(물론 갈색 머리!)의 약혼녀가 있음을 알게 된다.
비록 입학 동기는 불순(?)했지만 엘르는 자신을 ‘바비 인형’으로만 보는 매튜와 주위 사람들의 외모에 대한 편견에 맞서 훌륭한 변호사로 성장해 간다.
‘금발이 너무해’는 ‘백치 금발’의 깜찍하고 통쾌한 ‘반란’을 다룬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 미국인들에게 단골 놀림감이 되는 ‘백치 금발’을 소재로 내세운 덕분인지, 올 여름 미국 개봉 당시 쟁쟁한 블록버스터들을 물리치고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벌써 속편 제작 얘기도 나오고 있다.
엘르 역의 리즈 위더스푼은 자신의 독무대나 다름없는 이 영화에서 철부지 같으면서도 귀여운 매력을 한껏 뽐냈다. 위더스푼은 명문 스탠퍼드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똑똑한 금발’인 여배우.
영화 속에서 엘르가 자신이 변론을 맡은 여성 피고인에게 “우리의 바이블”이라며 패션잡지인 ‘코스모폴리탄’과 스킨케어 화장품을 갖다주면서 신뢰를 얻거나, 명품 패션브랜드와 미용에 대한 지식을 재판에 활용하는 내용은 황당하지만 미소를 자아낸다.
남성보다는 20대 여성들이 더 재미있게 볼 만한 영화. 특히 파마를 즐겨하는 여성 관객이라면 엘르처럼 재판 도중 진짜 범인의 결정적인 위증 내용을 쉽게 알아챌 수 있을 듯. 로버트 루케틱 감독의 데뷔작. 12세 이상 관람 가. 13일 개봉.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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