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태조 왕건' 김형일 "왕건 대신 비장한 최후"

  • 입력 2001년 10월 14일 18시 35분


“형님 폐하를 위해 목숨을 다하게 돼 더 이상의 영광과 기쁨이 없사옵니다. 부디 강건하시고 대업을 이루시옵소서.”

KBS 1TV 대하사극 ‘태조 왕건’(토일 밤 9·45)에서 왕건에게 절을 올리던 신숭겸(申崇謙) 장군의 마지막 대사다.

공산 전투에서 견훤의 군대에 완전히 포위된 왕건을 구하기 위해 왕건의 갑옷으로 바꿔 입은 신숭겸과 3명의 장군들은 13일 방영분에서 비장한 최후를 맞았다.

신숭겸 역을 맡은 탤런트 김형일(42)은 촬영 당시의 감회를 이렇게 말했다. “왕건 역의 최수종이 ‘가지 말라’며 통곡할 때 저도 모르게 슬픔이 몰려오더군요. 극적인 느낌이 떨어질까봐 눈물을 한참이나 머금어야 했습니다.”

그는 신숭겸에 대해 “진정한 의리가 무엇인지를 보여준 인물”이라고 평했다. 남의 죽음까지 대신하는 의리를 보여준 것은 요즘 같이 삭막한 세상에서 귀중한 교훈이라는 것.

김형일은 ‘태조 왕건’에 출연했던 지난 1년6개월 동안 1주일 중 6일 동안 야외 촬영을 하며 보냈다. 눈이 유난히 많이 내렸던 지난해 겨울 경북 문경, 충북 제천, 경기 여주 등을 돌아다니며 강행군을 했다. 신숭겸의 죽음과 함께 그도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물러났다.

“섭섭하지만 한편으로 시원하기도 해요. 더 이상 고생안해도 되니까요. 분장을 위해 한 시간이 넘도록 긴 수염과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붙여야 했고, 남들은 칼 들고 있을 때 저는 큰 창을 한 손으로 든 채 말을 달리기도 했지요.”

1987년 기독교 방송 성우로 활동하다 89년 KBS 공채 13기로 연기의 길에 들어선 그는 KBS ‘한명회’ ‘찬란한 여명’ ‘왕과 비’, SBS ‘장희빈’ 등 사극은 물론 MBC ‘뜨거운 것이 좋아’ ‘눈으로 말해요’ 등 현대극과 영화 ‘장군의 아들 등에도 출연했다.

요즘 KBS 2TV 시트콤 ‘쌍둥이네’(월∼금 밤 9·20)에 변호사 사무장 역을 맡고 있기도 한 그는 다음달 가을 개편 때 형사 드라마에 출연할 계획이다. 현대극과 사극을 오가는 그는 어떤 역을 맡고 싶을까?

“현대극은 생활하듯 연기하면 되지만 사극은 시대에 따라 언어가 달라 토씨 하나라도 틀리면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많아요. 그래도 기회가 되면 사극에서 왕 역할을 한번 맡고 싶어요.”

<황태훈기자>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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