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정부도 여기에 강력히 항의한다는 부제가 달려 있기는 했지만 사람들의 모습은 실망 그 자체였다. 지난해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통해서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됐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제한적인 이산가족 상봉이었지만 6·25전쟁 이후 반세기가 넘도록 맺혔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줄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상봉의 날을 고대하던 이산가족들에게 북한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는 어떤 이유로든지 설득력이 없다. 이는 그동안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해 선뜻 수긍하지 못하면서도 침묵을 지켜온 많은 국민조차 등을 돌리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점에서 유감천만이다. 더군다나 북한측은 금강산관광을 위한 일련의 회담은 예정대로 열자고 함으로써 경제적 실리는 계속 챙기겠다는 속셈을 그대로 드러냈다.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위한 남북대화를 원치 않는 국민은 없으리라고 믿는다. 그러나 대화는 언제나 상대방을 존중하고 국민 합의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함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는 점을 남북 양측의 정부가 명심해야 한다.
장기연(서울 강남구 대치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