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멜리에’는 초반 10분에 걸쳐 흥겨운 아코디언 연주와 함께 주인공 아멜리가 ‘수정’된 순간부터 평범하지 않은 유년 시절까지를 재치 넘치는 화면과 내레이션에 실어 빠르게 소개한다.
의사인 목석 같은 아버지는 여섯 살 난 아멜리의 건강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진찰을 한다. 평소 한번도 안아주지 않던 아버지가 자신을 만지자 아멜리는 너무 좋은 나머지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아버지는 간단히 판정을 내린다. “음, 심장병이군.”
결국 아멜리는 학교에 가는 대신 집에서 공부하며 외롭게 자란다. 아멜리의 유일한 친구인 금붕어가 스스로 어항에서 뛰쳐나와 자살하고, 옥상에서 투신 자살하는 관광객의 몸에 깔려 아멜리의 엄마가 어이없게 죽는 것으로 10분간의 코믹한 프롤로그가 막을 내리면, 깜찍한 여인으로 성장한 아멜리의 동화 같은 ‘행복 퍼트리기’가 시작된다.
40년 전 잃어버린 추억의 상자를 주인에게 몰래 되돌려주기, 못된 채소가게 주인 혼내주기, 다른 여자와 달아난 죽은 남편을 잊지 못하는 이웃 여자에게 남편 글씨체를 오려붙여 대신 사과 편지 보내주기…. 그러나 산타클로스처럼 남몰래 남들의 행복을 찾아준 아멜리는 정작 자신의 사랑 앞에서는 어쩔 줄 몰라 한다.
체코 카를로비 바리 영화제 대상 수상작, 토론토 국제영화제 관객상 수상작 캐나다 몬트리올 영화제 폐막작, 영국 에든버러 국제영화제 개막작 등 주요 영화제에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받은 ‘아멜리에’는 올해 프랑스에서 8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이기도 하다. ‘델리카트슨’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 등을 만들었던 장 피에르 주네 감독 작품. 마르크 카로 감독과 공동 작업을 했던 이전 작품과 달리 주네 감독이 혼자 작업한 이 영화는 이전 작품에서의 어두운 느낌은 찾아보기 힘들만큼 밝고 따뜻하다.
이 영화에서 감독이 신경을 쓴 부분은 색채. 디지털로 진행된 후반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예쁜 총천연색의 화면은 이 영화의 동화적인 분위기를 한껏 살려준다. 또 광각 렌즈로 과장되게 표현되곤 하는 등장인물의 얼굴은 이 영화의 만화적인 느낌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이 영화에서 눈여 볼 만한 또 다른 부분은 특수효과.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 아멜리가 흡사 물처럼 흘러내리는 장면이나, 심장이 야광으로 빛나며 벌렁벌렁 뛰는 장면 등은 영화 내용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간 특수효과의 묘미를 보여준다.
‘바가지 머리’조차 얼마나 사랑스러울 수 있는지 보여준 아멜리 역의 오드리 투트는 이 영화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프랑스 영화〓어렵고 재미없다’고 생각해 온 사람이라면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서라도 한번 볼 만한 영화.
그러나 영화 자막에서도 ‘아멜리(Am´elie)’로 표기되는 주인공 이름이 제목에서는 엉뚱하게 ‘아멜리에’로 둔갑한 과정은 어이없다. 세 글자는 웬지 허전한 느낌을 준다는 이유만으로 수입사가 맘대로 ‘아멜리에’라고 바꿨다나. 18세 이상 관람 가. 19일 개봉.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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