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공포의 8시'

  • 입력 2001년 10월 18일 18시 23분


프로농구 코리아텐더 푸르미(전 골드뱅크) 선수들은 요즘 시계가 8시를 가리킬 때면 화들짝 ‘경기’를 일으킨다. 오전 8시이건, 오후 8시이건 마찬가지다.

오전 8시에는 아침잠이 없는 진효준 감독(46) 때문에 놀라고, 오후 8시에는 퇴근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상윤 코치(39) 때문에 괴롭다.

사연은 이렇다. 경기 성남시 분당에 사는 진 감독은 하루도 빼먹지 않고 이른 아침에 출근, 오전 8시에 수원시 이의동 숙소에서 선수들과 함께 아침을 먹는다.

원정경기의 경우 늦은 아침 호텔방에서 룸서비스로 아침을 시켜먹고 또 잠을 청하는 게 보통인 농구선수들에겐 ‘새벽밥(?)’이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어쩌랴. 아침시간에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밤새 딴짓을 한 것으로 오해받기 십상인 것을….

오후 6시면 공식적인 일과는 끝. 하지만 저녁식사 후 나른해지는 오후 8시엔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된다. 이 코치가 어김없이 체육관과 웨이트트레이닝장을 돌아다니며 개인훈련을 독려하기 때문. 말이 개인자율훈련이지 이 코치가 보통 밤 11시까지 자리를 뜨지 않는 까닭에 선수들의 운동복은 구슬땀으로 흠뻑 젖는다.

오전 8시부터 밤 11시까지 연속되는 강훈련. “야근수당도 안주니 이거 근로기준법에 저촉되는 거 아닌가요?” 한 선수의 농담 섞인 푸념이다. 진 감독의 대답.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그때 내가 다 계산해줄게.”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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