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갤러리]신기한 꽃가루의 세계

  • 입력 2001년 10월 18일 18시 48분


현미경으로 자세히 보면 꽃가루도 천태만상으로 모양과 크기가 다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소재특성평가센터 김재천 연구원이 전자현미경으로 개나리(800배) 벚꽃(2400배) 소나무(290배)의 꽃가루를 잡았다.

(왼쪽 사진 위부터 개나리 벚꽃 소나무의 꽃가루. 이동방법에 따라 모양과 크기가 다르다)

벌이 꽃가루를 옮기는 벚꽃과 개나리는 사진처럼 꽃가루 껍질에 오돌돌한 돌기가 있다. 자연은 곤충의 몸에 달라붙기 쉽게 꽃가루를 설계한 것이다. 반면 송화가루는 놀랍게도 두 개의 큰 공기주머니를 갖고 있어, 이 풍선을 이용해 멀리 이동한다.

그래서 꽃가루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식물을 분류할 때 벌 등 곤충이 꽃가루를 매개하는 충매화, 바람에 실려 날아가는 풍매화로 나눈다.

꽃가루 표면을 자세히 보면 길게 움푹 패인 발아공이 몇 개씩 있다. 발아가 되면 여기에서 꽃가루관이 나온다. 식물학자들은 이 발아공의 개수와 꽃가루 껍질의 모양으로 이것이 무슨 식물의 꽃가루인지 금새 알 수 있다.

꽃가루는 밀가루처럼 보이지만, 호두처럼 단단한 단백질 껍질로 덮혀있다. 이 껍질은 강산으로 녹여도 끄떡없을 정도. 땅 속에서도 수 만년 동안 썩지 않는다.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지만, 꽃가루는 죽어 껍질을 남긴다”는 말도 있다.

동물로 따지면 뼈에 해당하는 이 꽃가루를 분석해 수만년 전의 기후를 복원하려는 노력이 활발하다. 우리나라도 경주 안압지와 동해안 경포호 밑바닥의 꽃가루를 연구해 5000∼1만년 전의 고기후를 복원한 바 있다.

삼나무 편백나무 돼지풀 환삼덩굴 등의 꽃가루는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꽃가루의 영양물질인 표면단백질이 사람의 눈 코 점막에 있는 수용체와 반응해 인체를 자극하는 것이 바로 알레르기 증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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