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 리뷰]'물랑 루즈', 파리의 환락가 사랑이 춤춘다

  • 입력 2001년 10월 18일 18시 48분


왜 푸른 눈의 그녀만 보일까?

영화 ‘물랑 루즈’는 여배우 니콜 키드먼의 고혹적인 매력으로 가득 채워진 작품이다.이 영화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클럽 물랑 루즈의 가수와 젊은 시인의 사랑을 뮤지컬 형식으로 담아냈다.

19세기말 환락과 열정이 넘실대는 물랑 루즈 술집. 이 곳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여인 샤틴(니콜 키드먼)은 클럽이 아닌 진짜 무대의 배우가 되기를 꿈꾼다. 샤틴과 클럽의 매니저 지들러(짐 짐 브로드번트)는 부유한 먼로스 공작(리차드 록스버그)을 끌어들여 클럽을 극장으로 개조하려고 한다.

하지만 우연히 만난 시인 크리스티앙과의 사랑에 빠진 샤틴은 후원자가 된 공작의 눈을 피해 위험한 사랑을 나눈다.

예고 / 뮤직비디오 보기

바즈 루어만 감독은 특히 음악과 영상의 결합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줬다. 엘튼 존의 ‘Your Song’, 마돈나의 ‘Like A Virgin’, 영화 ‘사관과 신사’의 주제곡 ‘Up Where We Belong’ 등 팝의 히트 곡들이 대사 대신 인물의 내면을 전달하는 한편 웃음을 끌어내는 수단으로 재치있게 사용된다.

크리스티앙이 샤틴이 거주하는 붉은 방위에서 영화 ‘타이타닉’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처럼 두 팔을 벌려 바람을 맞는 패러디 장면도 있다.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한 만화 같은 화면은 두 연인의 사랑을 현실을 벗어난 몽환적인 분위기로 그려낸다.

그러나 이같은 장치를 걷어내고 나면 영화 자체의 힘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공작의 위협과 연인의 죽음 등 ‘러브스토리의 ABC’가 들어 있지만 두 연인의 사랑이 가슴을 찡하게 울리지는 못한다. 사랑은 장애물이 많을수록 그 기쁨도 큰데, 연적(戀敵)인 공작의 캐릭터가 거의 놀림감 수준으로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자주 등장하는 과장된 코미디는 웃기지만 두 주인공과 관객이 내면적으로 교류할 기회를 뺏는 역효과를 낳는다.

그래도 키드먼을 만나는 것만으로 영화 관람료는 아깝지 않다. 키드먼은 옛날 ‘물랑 루즈’ 그 자리에 있던 무희처럼 보였다. 그는 사랑을 믿지 않는 무희에서 진정한 사랑을 만난 ‘팜므 파탈(요부)’로 변신한다. ‘인생 (톰 크루즈와의 이혼)이 배우를 깊게 만든다’는 말이 실감나는 열연이다. 2시간에 이르는 키드먼과의 데이트는 즐거운 것이다.

영화는 크리스티앙의 입을 빌려 “이것은 한 여자에 대한 한 남자의 러브스토리”라고 끝을 맺는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 영화는 ‘한 남자에 대한 한 여자의 사랑’이다.

올해 칸 영화제 개막작. 2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 가.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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