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C,수입철강 피해판정]대미수출 年42% 격감우려

  • 입력 2001년 10월 23일 18시 42분


미국 무역위원회(ITC) 산업피해 판정 결과
품목군산업피해 판정무피해 판정
판재류슬래브, 후판, 열연강판, 냉연강판, 도금강판, 석도강판(6개 품목)전기강판(1개 품목)
봉형강류열연·경량형강, 냉간성형, 철근(3개 품목)잉곳, 궤조, 와이어, 강연선, 철못, H형강, 철구조물(7개 품목)
강관류용접강관, 관이음새(2개 품목)무계목강관, 무계목유정용강관, 용접유정용강관(3개 품목)
스테인리스
및 공구강
봉강·경량형강, 선재, 공구강, 와이어, 관연결구류(5개 품목)슬래브, 후판, 로프, 무계목강관, 용접강관, 반제품(6개 품목)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22일(현지시간) 외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무더기로 ‘산업피해 판정’을 내림에 따라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철강수출국과 미국간의 ‘철강분쟁’이 본격화됐다.

한국이 전체 철강수출의 20% 가까이를 미국시장에 의존하고 있고 대미 수출 철강제품 중 이번에 산업피해 판정에 포함된 품목이 60%(금액 기준)를 넘는 현실을 감안하면 미국이 최종적으로 수입제한조치를 취할 경우 한국 철강업계에 큰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ITC 판정이 나오기까지의 배경〓ITC는 한국 등 철강수출국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 철강업계와 노동계, 의회의 압력 때문에 열연, 냉연코일 등 철강제품 16개 품목에 대해 통상법 201조(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 사전단계인 산업피해 판정을 내렸다.

25년째 최악의 불황에 허덕이고 있는 미국 철강업계와 노동계가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사활을 건 로비를 벌였기 때문에 ITC의 이번 판정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미국 산업화의 상징적 기업으로 미국 2위 철강업체인 베들레헴스틸이 최근 연방파산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한 것을 비롯해 97년 이후 26개 철강회사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 중 23개사가 파산했다. 노동계는 이로 인해 2만3000명이 실직했다고 주장한다.

미국 업계와 노동계는 6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된 이번 조사에서 미국 철강산업의 위기는 내부 문제가 아니라 정부 보조금과 불공정 무역관행에 편승한 외국산 수입철강제품 때문이라며 60명이 넘는 상하원 의원을 동원해 사활을 건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

▽전망〓미국 행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수입제한조치를 취할지는 ITC의 구제조치 건의안이 마련될 때까지 두고봐야 한다. 부시 대통령이 ITC의 최종 건의를 수용하면 미 행정부는 수입철강제품에 대해 관세 인상, 쿼터량 설정, 할당관세 부과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전례에 비추어 볼 때 미국은 과거 수출실적을 고려해 모든 국가에 대해 일률적으로 수입물량규제(쿼터제)를 실시하고 쿼터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는 고율의 할당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ITC가 이번에 조사를 벌인 제품은 미국이 수입하는 철강제품의 95%를 포괄하고 있다.

▽한국, 대미 수출차질 불가피〓산업자원부는 산업피해 판정품목에 열연·냉연강판, 용접강관 등 한국의 대미 수출 주력품목이 대거 들어 있고 이들 품목이 전체 대미수출액의 60.5%에 달해 철강제품의 대미수출 격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했다.

철강협회측은 미 행정부가 미국 업계의 요구대로 97년 이전 3년의 실적을 기준으로 수입쿼터를 정할 경우 한국의 대미 철강수출이 연간 100만t(42%)이나 줄어들 것으로 우려한다.

한국은 작년 미국에 235만t, 10억3200만달러어치의 철강제품을 수출했다. 미국의 산업피해조사에 따라 올 1∼7월 대미 철강수출은 작년보다 19% 줄어든 6억4700만달러에 그쳤다.

특히 열연코일, 냉연강판, 도금강판, 후판, 석도강판 등 5개 품목은 ITC 위원 전원이 만장일치(6 대 0)로 산업피해 판정을 내려 강력한 수입제한조치가 예상된다. 포항제철이 미국 US스틸과의 합작법인인 UPI에 중간소재로 공급하는 열연코일 70만∼80만t도 수입제한조치의 대상이 돼 타격이 우려된다.

▽엇갈리는 미국 내 반응〓ITC의 이번 판정에 대해 미 철강업계는 환호하고 있으나 철강 소비업계에선 이에 따른 철강가격의 상승 등을 우려하는 등 미국 내에서도 반응이 엇갈린다. 미 철강노조의 리오 게라드 위원장은 “이번 판정은 긴 여정에서 첫 번째로 거둔 큰 승리”라며 “정부가 국내 철강산업이 안정될 때까지 외국 철강업체들에 장기간 관세를 부과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철강 수출입업체들의 모임인 국제철강연구소의 데이비드 펠프스 회장은 “이번 판정은 철강을 사용하는 미국 제조업분야에 잠재적 위협이 될 것”이라며 “수입철강이 국내 철강업계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수요감소와 파산위기에 처한 미 업계의 가격파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자유무역주의자 사이에서는 철강산업에 대한 과보호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김상철·천광암기자·워싱턴〓한기흥특파원>sckim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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