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패배 부르는 '오물 테러'

  • 입력 2001년 10월 24일 18시 23분


“팬이 던진 오물이 제 투지를 자극시켰습니다.”

22일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8회 쐐기 3점홈런을 날린 두산 장원진(32)은 경기가 끝난 뒤 ‘오기’가 그의 홈런을 만들어낸 요인이라고 밝혔다. ‘순한 양’ 장원진을 괴력의 ‘헐크’로 변신시킨 것은 맥주캔 하나. 이 경기에서 장원진은 5회말 삼성 박한이의 파울플라이 타구를 펜스에 기대며 멋진 파인플레이로 잡아낸 뒤 홈관중이 던진 맥주깡통에 오른쪽 팔을 얻어맞았다.

“야구하면서 오물에 직접 맞아보기는 처음이었다”는 장원진. 화가 치밀어오른 그는 7회 왼쪽안타에 이어 8회 3점홈런으로 홈관중에게 ‘간접 앙갚음’했다. 그는 올해 정규시즌에서 홈런이 5개에 불과한 단타 위주의 ‘똑딱이’ 타자였다.

대구구장에 물병 등 상대팀에 대한 오물세례가 자주 등장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선수들에게 오물로 ‘테러’를 할 때마다 패배의 대가를 치러야 했다. 대표적인 게 99년 대구에서 열린 롯데와 삼성의 플레이오프 7차전에서 롯데 호세의 급소를 물병으로 맞춘 사건. 이 경기에서 똘똘 뭉친 롯데 선수들은 역전승을 일궈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따냈다. 상대선수에 대한 ‘오물테러’는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하는 ‘이적행위’였던 셈이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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