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태원의 연속 출장을 찬양하기에 앞서 생각해 볼 것이 있다. 해마다 빠짐없이 많은 경기에 출장하는 선수가 높이 평가받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본질은 한 가지이다. 자신의 능력으로 팀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일단 출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지닌 선수라도 경기에 출장하지 못하면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각종 매체에서 떠드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느니 투철한 프로 의식의 산물이라느니 하는 미사여구들은 사실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
이처럼 많은 경기에 나오는 것은 선수에게는 미덕이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많이 나오는 것이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능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고 다른 뛰어난 선수나 가능성 높은 유망주가 있는 경우라면 많이 출전하는 것이 오히려 팀에 해가 될 수도 있다(물론 이 경우에 책임을 물어야 할 대상은 선수가 아니라 코칭스태프와 프런트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어디에서든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메이저 리그에서 2,000경기 이상 출전한 두 선수는 모두 이 조건을 거의 완벽하게 소화해 낸 경우이다. Gehrig은 메이저 리그 사상 최고의 1루수로 꼽히는 선수이며, Ripken은 90년대 전반까지 당대 최고의 유격수로 군림해 왔다. 그럼 최태원은?
다음은 최태원의 연도별 기록, 그리고 리그 평균과의 비교이다.
| BA / OBP/ SLG | 리그 OPS |
1993 | .263/.342/.313 | .668 |
1994 | .248/.339/.300 | .697 |
1995 | .296/.342/.347 | .690 |
1996 | .258/.323/.327 | .697 |
1997 | .306/.379/.386 | .726 |
1998 | .288/.350/.373 | .730 |
1999 | .239/.318/.290 | .793 |
2000 | .262/.348/.325 | .769 |
2001 | .242/.332/.333 | .777 |
98년까지의 최태원은 대략 리그 평균 정도의 공격력을 지닌 타자였다. 2루수라는 포지션을 감안하면 좋은 선수라고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타고투저가 심화되기 시작한 99년 이후 최태원의 성적은 오히려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금의 최태원은 2루수 중에서도 우수한 타격 능력을 지닌 선수라고 말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평균 이하의 2루수가 전 경기에 출장하는 것은 팀에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앞에서 Ripken의 얘기를 했지만 사실 그의 2,632경기 연속 출장 기록에도 흠잡을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3루수로 포지션을 옮긴 97년 이후 Ripken은 99년(86경기, .340/.368/.584)을 제외하면 수준 이하의 3루수였다. 97, 98년의 전 경기 출장은 그에게나 팀에게나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가 98년 시즌 종료 직전 더 이상의 기록 연장을 포기한 것은 현명한 판단이었다.)
하지만 99년 이후 쌍방울-SK의 공격력은 리그 최하 수준이었고 이렇다 할 만한 백업 내야수도 없었던 사정을 고려한다면 최태원의 출장이 팀에 해를 끼쳤다고 말하기에는 좀 어려운 면이 있다. 그런데 또 한 가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다. 매 경기 쉬지 않고 빠짐없이 나온다는 것은 선수 개인에게는 적지 않게 부담이 되는 일이다. 올해 홈런 신기록을 작성한 Barry Bonds가 시즌 후반 개인이나 팀 모두 급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기적으로 휴식일을 가졌던 사실에서 보듯, 빠짐없이 모든 경기에 나서면서 컨디션을 유지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게다가 지난 시즌 후반 이후 최태원이 자주 잔부상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까지 생각한다면 연속 경기 출장이 그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는 것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최태원은 올해 133경기 모두에 출장했지만 382타석에 나오는 데 그쳤다. 규정 타석인 413타석에는 30타석이나 못 미친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전까지 시즌 전 경기에 출장하고도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한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그의 연속 경기 출장이 기록을 위한 기록이 아니라 정말로 팀에 도움이 되려면 좀 더 분발할 필요가 있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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