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나라 선수들을 비난해 뭣 하랴 싶지만, 10월 중순 국내 프로농구 구단의 전지훈련 취재차 중국을 다녀오는 길에 본 중국 남자농구 선수들의 ‘막나가는 행태’가 거의 조폭 영화를 연상시키는 수준이어서 한마디 남기지 않을 수 없다.
중국 농구팀의 악명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지난 7월 상하이에서 열린 제21회 LG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중국 대표팀은 레바논과의 경기 도중 난투극을 벌인 바 있다. 문제는 중국선수 중 1명이 마치 ‘조폭 마누라’의 신은경처럼(?) 가위를 휘둘러 물의를 일으킨 것. 사건이 터진 뒤 중국농구협회는 주최국의 이점을 마음껏 이용해 사과를 하는 둥 마는 둥 구렁이 담 넘어가듯 일을 마무리했다.
3개월이 흐른 지난 10월13일 전주 KCC의 베이징 전지훈련장. 중국 프로농구 4년 연속 우승팀인 8·1부대팀과 맞붙은 두 번째 친선경기 도중 몸싸움이 일어나 중국선수의 주먹에 맞은 새내기 성준모의 치아 일부가 부러지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다행히 신선우 감독을 비롯한 KCC 코칭스태프들이 직접 나서서 수습한 끝에 더 이상의 ‘전면전’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친선경기답지 않게 양팀 선수들은 악수 한 번 나누지 않은 채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체육관을 나서야 했다. 신감독은 “중국선수들의 거친 플레이에도 심판이 휘슬을 불지 않아 선수들 감정이 많이 상했다”고 털어놓았다.
사실 이 팀과의 친선경기는 처음부터 뭔가 찜찜했다. 당초 8·1부대팀은 “첫 경기를 치른 뒤 다음 경기를 할지 안 할지 말해 주겠다”고 현지 전지훈련 코디네이터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실력차가 확실해 연습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되면 구태여 두 번씩이나 맞붙을 필요가 없다는 얘기였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두 번째 경기까지 연이어 심판을 단 1명만 투입함으로써 정상적으로 경기를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서둘러 둘러본 중국 스포츠계는 2008년 올림픽의 베이징 개최 결정 이후 매우 들떠 있었다. 취재차 만난 현지 체육인들 모두 올림픽 얘기만 나오면 흥분해 성공을 자신했다. 그렇지만 주최국의 텃세가 난무하고 스포츠정신에 근거한 페어플레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제아무리 외양이 화려하다 해도 그 올림픽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88서울올림픽 당시 복싱 미들급 결승에서 미국의 로이 존스 주니어에게 경기 내내 끌려다닌 우리나라 박시현이 어처구니없는 판정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일은 아직도 아쉬운 부분으로 거론되곤 한다. 일부의 실수를 두고 확대 해석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가능하겠지만, 솔직히 이 같은 일이 베이징올림픽에서 재현되지 않을지 걱정된다. 적어도 요즘 중국 남자농구의 작태를 봐서는 말이다.
<주간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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