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슈]재보선 참패 민주당 “획기적 변화없인 수습 어렵다”

  • 입력 2001년 10월 26일 18시 08분


재·보선 참패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소집된 26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분위기는 침통했다. 그러나 한광옥(韓光玉)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에 대한 정면 비판은 나오지 않았다. 당 지도부인들 이반된 민심을 어찌할 수 있었겠느냐고 인정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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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성과 자탄〓참석자들은 한결같이 정부 여당의 잘못된 국정운영 때문에 민심이 등을 돌렸다고 진단했다. 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은 “민심이반이 극심하다”며 “국정쇄신을 통해 새로 태어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상황이 올 것이다”고 말했다.

김중권(金重權) 최고위원은 “4월 재·보선에서 국민이 보여준 ‘빨간불’에 대해 미봉책으로 넘어가면서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결과”라며 뼈를 깎는 자성을 촉구했다.

당의 무기력증에 대한 자탄도 흘러나왔다. 노무현(盧武鉉) 최고위원은 “거역할 수 없는 민심의 흐름”이라며 “당이 대안을 찾고 방향을 잡을 역량을 갖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은 “불확실한 상황을 헤쳐나갈 능력에 대한 기대가 부족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고, 김기재(金杞載) 최고위원은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서 마땅한 카드도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신속대응과 신중대응〓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은 “단합하자고 말만 해서는 수습불능의 위기를 맞을 것”이라며 “지금은 행동하고 결단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도 “획기적 변화가 없으면 민심수습이 어렵다. 빠를수록 좋다”고 동조했다.

그러나 이인제 최고위원은 “당장 근원적으로 해결할 왕도는 없다. 차분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하나하나 개선할 때 길이 열린다”고 점진적 대응을 주문했다. 노무현 최고위원도 “장기적인 전략과 처방을 제시하면서 차분히 대응하자”고 주장했다.

▽책임론〓김기재 최고위원은 “게임의 흐름이 이처럼 어려운 상황이면 감독이 호루라기를 불어 흐름을 바꿔야 했는데, (그러지 않아) 실패했다”며 “그동안 인적쇄신 등 총체적 개혁을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대통령의 인사 실패를 간접적으로 문제삼았다.

김중권 최고위원은 특히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했는가. 공식 라인이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가. 분파가 왜 이렇게 많은가”라고 물었다.

▽지도부 공격은 자제〓한광옥 대표는 회의 벽두에 “어려운 때일수록 단합해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중권 최고위원은 “분파행동은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고, 노무현 최고위원은 “서로 책임을 묻고 비난만 하다간 앙금만 남는다”고 말했다.

<윤종구기자>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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