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영(李善榮·71) 명예교수(연세대 국문과)가 최근 1895∼1999년까지 남·북한에서 발표된 문학관계 논문 저서 평론 등 총 7만3541편을 유형별로 분류한 결과, 작가로는 일제시대 소설가 이광수(688건)가, 작품으로는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83건)이 가장 많이 연구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학 전문가들의 작가 선호도는 이광수에 이어, 시인 겸 소설가인 이상(625건), 시인 김소월(499건), 소설가 염상섭(480건), 채만식(425건) 순이었다.
단일 작품으로는 ‘님에 침묵’에 이어, 박경리의 소설 ‘토지’(80건), 염상섭의 소설 ‘삼대’(75건), 이상의 소설 ‘날개’(72건), 박두진·조지훈·박목월 공동시집 ‘청록집’(63건) 순으로 연구되었다. 작품별 연구순위 20위중 생존 작가의 작품으로는 ‘토지’(2위) 외에 최인훈 소설 ‘광장’(55건·8위)이 유일하다.
100년 한국 근대문학 연구사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이같은 결과는 이 교수가 20년간 정리 끝에 최근 완간한 ‘한국문학논저 유형별 총목록’(이하 ‘논저목록’·전7권·한국문화사)을 통해 밝혀졌다.
‘논저목록’은 제1∼3권(1895∼1985)이 90년에, 제4권(1986∼1990)이 94년에 간행되었고, 최근 제5∼7권(1991∼1999)이 완간됨으로써 20세기 한국문학 분야의 연구논문과 저서 및 평론에 관한 정리를 일단락지었다.
1895년부터 1999년까지 남북한 문학관계 논문 저서 평론 총 7만3541편의 논저를 11개 장르로 구분하고 이를 각각 작가별, 작품별로 분류한 구체적인 결과는 <표>와 같다.
전문가 관심도 40위권 작가를 등단 연대별로 분류해 보면, 1910년대 3명, 1920년대 9명, 1930년대 16명, 1940년대 2명, 1950년대 5명, 1960년대 3명, 1970년대 2명 순이었다. 작가론의 대상에 오른 총횟수가 600회를 넘어서는 데는 데뷔 이후 근 70년(이상 기준), 400회대는 65년(서정주 기준), 300회대는 55년(김수영 기준), 200회대는 35년(이청준 기준), 100회대는 23년(이문열 기준) 이상이 걸렸다.
한편, 전문가들이 가장 선호한 20위권 작품 중 시 분야(4개)와 소설 분야(18개)가 전부를 차지하고 비평론이나 문학론이 전무한 점, 시와 소설의 경우 광의의 모더니즘과 리얼리즘 계열 작품이 각 9편씩 총 18편으로 대부분을 차지한 점 등은 국문학 연구의 편식을 보여준다.
▶ 다음은 이 교수가 발표한 내용 전문.
20세기 한국문학에 대한 전문가의 반응
『한국문학논저 유형별 총목록』제1∼7권에 의거하여
1.
근·현대 한국문학은 백년을 약간 넘어서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세기말부터 20세기말에 이르는 한 세기 남짓 동안에 한국문학은 큰 질적 향상과 많은 양적 증가를 거듭해온 것이다. 그런 시간적 부피와 더불어 질적 양적 발전과 축적이라는 면을 감안할 때 이 기간―대체로 20세기―의 한국문학에 대한 문학사적 작업은 오늘날 그 필요성이 과거 어느 때보다 증대되고 있는 셈이다. 이 기간 한국문학 관계 논문과 저서의 목록에 관한 몇 가지 자료에 대해서 검토해 보고자 하는 이 작업 역시 그런 문학사에 관한 작업과 일맥상통하는 바 없지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 과거 1세기 동안의 우리 문학을 전문가들이 어떻게 수용하고 있는지를 고찰하는 이 글은 독자중심적인 수용문학사와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이처럼 문학에 대한 전문독자의 연구를 문제삼는다는 점에서는 ‘문학사회학’과도 연관성이 없지 않다. 왜냐하면 여기서 말하는 문학의 사회학은 작가와 서적과 독자가 모든 문학적 사실을 조건짓는다는 전제 아래 그것들이 빚어내는 사회적 현상을 이해하려는 것으로, 이 글은 그런 관점과 연결되는 독자의 문제가 주로 다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문학의 사회학은 현실의 온갖 복잡성을 얼마만큼 제대로 그려내느냐의 여부에 중심을 두는 리얼리즘적인 접근법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 글은 물론 전문독자의 반응으로 나타난 현상(자료)을 분류하고 분석하는 데 주력하겠지만, 그 자료에 대한 어느 정도의 해석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그런 해석에 의해서 비로소 전문독자의 반응에 대한 의미도 더욱 명백해질 수 있을 터이니 말이다.
이와 같은 큰 테두리를 일단 염두에 두고 구체적인 관련 통계수치부터 살펴나가면서 이 글의 주제를 고찰하고자 한다. 우선 20세기 한국문학 관계 논저의 양적인 면부터 살펴보면, 그 총수는 73,541건에 이른다. 이 숫자는 필자의 『한국문학논저 유형별 총목록』제1∼7권에 의거한(이하 통계는 모두 이 『논저목록』에 근거함) 것으로 연평균으로는 약 735건이 된다. 그런데 1890년대 후반기는 말할 나위도 없고 1900년대 초기 10년간의 연평균 논저 생산량까지도 20세기 전체 연평균 735건의, 105분의 1인 7건 미만이다. 그처럼 20세기 초기 10년까지의 논저 생산량은 매우 미미했던 셈이다. 그러나 1990년대에 오면 연평균 논저 생산량은 2,921건으로 80년 전에 비해서 무려 417배에 이르고 있으니, 그 사이 양적 증가의 폭이 얼마나 컸던가를 짐작할 수 있다. 하긴 일제 말과 해방직후의 1940년대, 그리고 6·25동란기와 그 직후인 1950년대 중엽까지에는 그런 양적 증대가 일시 정체상태를 면치 못했지만, 1960년대 이후부터 그 증가속도는 실로 눈부신 것이었다. 한편 그 동안 논문의 질적 발전도 현저하다. 물론 1910년 당시의 대표적인 문학론인 이보경(광수)의 「문학의 가치」와 같은 논설은 글의 내용과 시각의 새로움, 특히 근대적 문학 개념의 도입이라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특히 당시의 보잘것없는 일반적인 문학창작과 문학론의 수준에서 그의 문학론이 차지하는 위치는 단연 돋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위의 글은 오늘의 문학적 수준에 비추어 본다면 그것이 문학의 개념이나 본질에 대해서 아직 소박하고 미숙한 안목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나마 「문학의 가치」와 같은 글을 제외하면 당시의 일반적인 문학론과 비평론은 오늘날 한국문학 관계 논문이나 평론에 비해서 이론적 다양성이나 치밀성에서 현저한 격차가 있다는 데 누구도 이의가 없을 것이다.
양적 질적 면에서 이러한 변화와 발전은 그 범위를 좁혀 20세기 한국문학작품과 작가에 대해서 고찰·연구한 논문과 평론, 즉 작품론과 작가론의 경우에도 물론 예외가 아니다. 여기서는 바로 그러한 작가론과 작품론을 통해서 그 필자이거나 저자이기도 한 전문독자의 관심과 반응을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고찰은 이 시기 우리 문학작품과 문인에 대한 독자의 반응, 그 중에서도 전문가의 관심의 정도와 반응의 양상 내지 의미는 과연 어떤 것인가에 주안점을 두고자 하는 것이다. 여기서 전문가란 단순히 오락이나 심심풀이나 기분전환이나 막연한 교양 쌓기 등 일종의 취미 중심의 일반독자가 아니라, 근거 있는 문학적 연구와 비평의 능력을 갖춘 연구자와 비평가를 가리킨다. 그러면 일반독자와 전문가는 취미와 비판이라는 두 종류의 가치를 각각 선별하여 취한다는 점에서 상이하다는 말인가. 만일 그렇지 않고 그런 차이점과 더불어 어떤 동일한 점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또 이 글에서 특히 ‘전문가의 반응’을 주로 다루려는 의도나 그 의미는 무엇인가.
먼저 일반독자와 전문가의 상이점부터 좀더 생각해보는 것이 좋겠다. 첫째 일반독자는 『문학의 사회학』의 저자인 R. 에스카르피의 방식으로 말하면 문학의 소비자이기 때문에 여타의 소비자와 마찬가지로 비판을 하기보다 오히려 취미와 취향에 이끌리는 반면, 전문가는 다분히 지식인 집단의 요구에 의해서 전문가로서의 비판이나 연구를 하게 되는 면이 강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전문가는 이 지식인 집단에 의해서 교양이 없다거나 속물이라거나 학식이 없다는 말을 듣게 된다.) 이 소비자(즉 일반독자)는 자기에게 주어진 글을 음미하여 그것이 자기의 기분에 드는지의 여부를 판단한다. 그 판단은 명시적일 필요는 없고 다만 읽거나 읽지 않거나 할 뿐인 것이다. 그런 일반독자와는 달리 전문가는 문학적 창조를 중심으로 한 작자의 여러 사정을 파악하고 그 창조의 의도를 이해하며 그 제 과정을 분석하는가 하면, 작품의 주제와 사상, 형식과 구조를 밝혀내기도 하고, 또는 독자중심의 시각에서 문학의 수용과 소비를 연구하기도 한다. 말하자면 전문가는 작자와 작품 그리고 독자를 연구·비평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와 같이 일반독자의 기능과 전문가의 기능은 다르기만 하는 것일까. 전문가는 비평이나 연구를 할 뿐이고 취미나 취향에 끌려 독서를 하지는 않는 것일까. 또 일반독자는 취향에 따라 독서할 뿐이고 일체의 가치판단이나 비평행위는 전무하다고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물론 양자가 취하는 무게중심의 차이까지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취미와 비판이라는 두 종류의 가치는 일반독자나 전문가가 공유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일반독자가 취미에 의해서 독서하는 경향이 짙다고 하더라도 의식무의식 중에 어떤 비평적 행위가 있게 마련이듯이, 전문가의 독서행위가 비평적 역할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것 역시 의식무의식 중에 취미에 끌리는 면이 없지 않는 것이다. 독서의 깊은 성격을 일일이 밝혀내기는 어렵지만 독서행위는 본질적으로 하나의 것이며 따라서 이 양자의 취미와 비판 역시 크게는 하나의 독서행위의 성격 속에 포함되는 것이다. 이처럼 양자가 궁극적으로 취미와 비판(비평)을 공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전문가의 반응’을 문제삼는 것은 무엇보다 그것이 일반독자의 반응보다 대상 작품에 대한 문학적 가치와 성격을 비교적 더 낫게 이해하고 평가하며 어떤 근거를 가지고 분석하고 분류하여 보여준다는 점에서 전문성과 신뢰성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상과 같은 의미의 전문가가 20세기 한국문학에 대해서 보이는 반응은 어떤 것일까. 이 시기 우리 문학작품과 문인 또는 문학장르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양상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2
먼저 문학장르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해서 20세기 한국문학에 관한 논문과 저서의 장르별 수량과 그 비율을 제시한 < 표 1 >을 살펴보자.
20세기 한국문학에 대한 전문가의 장르별 선호(관심)도(표 1)
< 표 1 >에서 먼저 주목되는 것은 ‘시론’과 ‘소설론’의 수량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에 있어 60퍼센트를 넘어선다는 점이다. 이것은 시·소설과 같은 순수창작 분야에 대한 전문가의 선호(관심)도가 절대적임을 뜻하는 것이다. 또 ‘시론’의 수량은 전체 가운데서 3분의 1이 조금 넘고 ‘소설론’의 그것보다는 7ː5로 우세하여 모든 문학장르 중에서 양적으로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통계로 보면 전문가의 가치판단이나 취향(관심)이 소설보다 시 쪽에 기울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문학연구가(전문가)는 산문정신이 강한 소설보다 서정성이 짙은 시를 더 선호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 사실은 통계상으로 인정되지만 일정한 고려사항이 있음을 단서로 달아두어야 하겠다. 그것은 한국에는 시인이 소설가보다 3배 이상 많다는 사실을 감안해서 하는 말이다. 역시 필자의 『논저목록』에 의하면 1991년부터 1999년 사이에 작가론과 작품론의 대상에 오른 작가의 수는 시인이 1,003명, 소설가가 319명, 평론가가 214명, 희곡작가가 32명, 기타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이 시인의 수가 소설가의 그것보다 월등히(3배 너머나) 많음으로 해서, 평균 1인당 시인론 (및 시론) 수는 평균 1인당 소설가론 (및 소설론) 수에 비해서 훨씬 적음을 알 수 있다. 평균 시인 1인당 시인론 (및 시론) 수가 약 26건인 것과 비교하면, 편균 소설가 1인당 소설가론 (및 소설론) 수는 약 59건으로 2배 이상이 많다. (20세기 100년간을 통하여 ‘시론’의 수량이 ‘소설론’의 그것보다 7ː5로 우세하다는 통계는 엄연한 사실이지만, 이런 경향이 바로 전문가의 시 선호도와 일치한다고 보기에는 의심되는 점이 없지 않다. 뒤에서 소개할 ‘20세기 한국문인에 대한 전문가의 반응(관심)양상’(표2)과 ‘20세기 한국문학작품에 대한 전문가의 반응양상’(표 3) 또는‘전문가가 선호한 20세기 한국문학작품 22편’(표 4) 등에서 그런 의심은 뒷받침되기도 한다.) 한편 그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지만, 한국에서 시인의 수가 소설가의 그것보다 많은 그 자체가 이미 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예술적 기질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할 수는 있을 것이다.
또 < 표 1 >에서 알게 되는 것은 ‘비평론’과 ‘문학론’을 합친 수량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3퍼센트에 가깝다는 점이다. 문학의 이론분야에 대한 전문가의 이와 같은 비교적 높은 관심은 전문가가 자신의, 연구가 내지 비평가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자기정체성의 개발 등에 대한 노력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생산량에 있어 ‘비평론’이 ‘문학론’에 비해 약 3ː2로 우세한데, 그것은 문학에 관한 순수이론보다 실제의 비평에 관한 논의가 더 중시되고 있음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희곡·영화론’과 ‘문화예술론’의 수량은 전체 가운데서 6퍼센트가 조금 못되는 수준이어서 예상보다 다소 작은 비중에 머무르고 있지 않나 싶다. 그러나 이 통계와는 달리 오늘날의 문화 전반의 추세로 보면 오히려 희곡·영화와 문화예술 분야의 발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되며, 또 이에 따른 그런 분야들에 대한 논의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추측된다.
3
여기서는 20세기 한국문인에 대한 전문가의 반응(관심) 내지 선호의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서 < 표 2 >를 검토해보자.
20세기 한국문인에 대한 전문가의 반응양상(표 2)
순위 작가명 생존기간 장르별 등단년도 작가·작품론 총수
1 이광수 1892∼1953? 소설가 1910년 688
2 이상 1910∼ 37 시인·소설가 1931년 625
3 김소월 1902∼ 34 시인 1920년 499
4 염상섭 1897∼ 63 소설가 1920년 480
5 채만식 1902∼ 50 소설가 1924년 425
6 한용운 1879∼ 44 시인 1918년 424
7 서정주 1915∼2001 시인 1935년 422
8 김동인 1900∼ 51 소설가 1919년 416
9 정지용 1903∼ 50? 시인 1926년 404
10 김동리 1913∼ 99 소설가 1934년 380
11 윤동주 1917∼ 45 시인 1939년 363
12 김수영 1921∼ 68 시인 1945년 317
13 이태준 1904∼ 60? 소설가 1929년 286
14 기유정 1908∼ 37 소설가 1935년 273
15 황순원 1915∼2001 소설가 1931년 271
16 최인훈 1936∼ 소설가 1959년 261
17 조지훈 1920∼ 68 시인 1939년 260
18 박태원 1909∼ 86? 소설가 1930년 252
19 이효석 1907∼ 42 소설가 1928년 251
20 박목월 1916∼ 78 시인 1933년 244
21 이육사 1904∼ 44 시인 1933년 215
22 이청준 1939∼ 소설가 1965년 213
23 김춘수 1922∼ 시인 1946년 211
24 이기영 1896∼1984? 소설가 1924년 207
25 김기림 1908∼ 50? 시인·평론가 1931년 196
26 임화 1908∼ 53? 시인·평론가 1928년 193
27 박두진 1916∼2000 시인 1939년 189
28 김남천 1911∼ 53? 소설가 1931년 185
29 백석 1912∼ 63? 시인 1935년 167
30 이문열 1948∼ 소설가 1977년 167
31 박경리 1927∼ 소설가 1955년 154
32 박완서 1931∼ 소설가 1970년 144
33 이용악 1914∼ 71? 시인 1935년 142
34 신동엽 1930∼ 69 시인 1959년 127
35 고은 1933∼ 시인 1958년 122
36 김지하 1941∼ 시인 1969년 122
37 강경애 1907∼ 43 소설가 1931년 119
38 신경림 1935∼ 시인 1955년 119
39 한설야 1900∼ 63? 소설가 1925년 118
40 김승옥 1941∼ 소설가 1962년 108
< 표 2 >는 ‘작가론’과 ‘작품론’의 대상에 오른 작가들 가운데 그 연구·논의된 횟수가 많은 (108회 이상의) 40명의 작가를 그 횟수의 순위에 따라 제시한 것이다. 먼저 이 표에 의거하여 작가의 소속 장르를 보면, 시인이 17명, 소설가가 20명, 시인·소설가가 1명, 시인·평론가가 2명이다. 시인과 소설가의 수를 합치면 전체 40명 가운데 37명으로 93퍼센트 가까운 압도적인 비중을 이 두 장르가 차지하고 있다. < 표 1 >에서 본 전문가들의 시와 소설에 대한 선호(관심)도(7ː5)와는 달리 시인과 소설가에 대한 선호도는 오히려 17ː20으로 소설가가 (1.18배 정도) 우세를 보이고 있다. 적어도 순위 40위 이내의 시인에 대한 전문가의 관심이 오히려 소설가에 대한 그것보다 크지 않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그리고 이와 유사한 성향, 즉 시인보다 소설가에 대한 전문가의 선호(관심)경향은 작가론·작품론의 총수를 통해서도 (1.15배 정도로) 나타난다.
다음으로는 작고작가와 생존작가의 경우를 통해서 작가로서의 생명 문제를 살펴보자. 이 표에 의하면 작고작가가 30명이고 생존작가는 10명이므로 작고작가가 생존작가보다 3ː1의 비율로 많다. 대부분의 작가는 사후 10년에서 30년 사이에 독자로부터 잊혀진다는 R. 에스카르피의 말을 만일 따른다면 20세기 한국의 작고작가 가운데 적어도 23명 정도는 이 무서운 문턱을 넘어 문학인구에 듦으로써 거의 영원한 사후의 생명을 보증받게 된 셈이다. 더욱이 작고작가들 가운데 이 40위안에는 못 들지만 그 망각의 문턱을 넘어 실제로는 계속 전문가들의 관심의 대상에 오르고 있는 작가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대부분 그런 사후 생명을 보증받고 있는 작고작가이므로 실제로 20세기 작고 문학인구는 물론 이 표에 든 30명보다 훨씬 많다.
그 다음으로 이 40위안의 작가를 문단등단 연대별로 보면, 1910년대에 등단한 작가가 3명, 20년대가 9명, 30년대가 16명, 40년대가 2명, 50년대가 5명, 60년대가 3명, 70년대가 2명이다. 여기서는 전문가들의 관심 대상 작가가 가장 많은 연대가 1930년대이며, 다음이 20년대→50년대→10년대와 60년대→40년대와 70년대의 순서로 되어 있다. 이 표에 의하면 오래된 작가라고 작가론의 대상에 자주 오르는 데 반드시 유리하다고 보기 어려울지 모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적어도 근래(대략 1970년대 중엽 이후)에 등단한 작가들은 창작활동에 있어서나 작품평가를 받음에 있어서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한 불리함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이 40위에 포함되지 않은 근래 작가들 가운데 현재 전문가의 꽤 많은 관심을 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순위 안에 든 오래된 작가들 못지 않게 문학사적 맥락에서도 평가될 만한 작가들이 상당수 있다. 앞으로 좀더 시간이 경과된 다음에야 근래의 비교적 우수한 작가들이 안정된 문학인구의 범위에 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안정된 문학인구의 범위에 드는 데에는 거기에 상응하는 시간이 필요한 셈이다. 그것은 작가의 문단데뷔 시기와, (해당 작가가 안정된 문학인구의 범위 안에 드는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는) 작가론 및 작품론의 총횟수와의 관계를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예컨대 20세기 한국문인의 경우, 작가론의 대상에 오른 총횟수가 600회를 넘어서는 데는 적어도 데뷔 이후 근 70년〔이상(李箱) 기준〕 이상의 세월이 필요했던 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그 총횟수가 400회대에 오른 작가들은 적어도 데뷔 이후 65년(서정주 기준) 이상의 연수가, 총회수가 300회대에 오른 작가들은 적어도 데뷔 이후 55년(김수영 기준) 이상이, 200회대의 작가들은 35년(이청준 기준) 이상이, 그리고 100회대의 작가는 23년(이문열 기준) 이상이 각각 소요된 셈이다. 이와 같이 작가론 및 작품론의 횟수가 증가되어 해당 작가가 안정된 작가인구에 드는 데는 거기에 상응해서 일정 정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은 월북 혹은 재북 작가들에 대한 문제이다. 분단시대의 엄혹한 냉전체제로 인해서 그런 작가들에 대한 일체의 연구와 비평은 물론 취급 자체가 금지되어왔는데, 그 기간은 무려 40 여년에 이른다. 그렇게 되고 보니 이들에 대한 남한에서의 연구기간은 여타 동시대 작가들의 그것에 비해서 지극히 제한적인 단기간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월북·재북작가들 가운데 작가론 대상에 자주 오른(순위 40위안의) 작가(정지용·이태준·박태원·이기영·김기림·임화·김남천·백석·이용악·한설야)로 10명이나 든 것은 주목되는 바가 아닐 수 없다. 이들에 대해서 그 동안 당국이 취해온 연구와 독서의 금지조치는 전문가들의 생각과는 크게 괴리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이 오히려 우리 문학을 제대로 연구하고 발전시키려는 여러 전문가들의 정당한 의지와 노력을 억압한 것임은 이 통계가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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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20세기 한국문학작품에 대해서 전문가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반응을 보여왔는지를 고찰할 차례다. 다음의 < 표 3 >은 위의 3장에서와 마찬가지로 작가론·작품론의 대상에 자주 오른 40명 작가들을 먼저 그 연구·논의된 총횟수에 따른 순위로 배열하고, 그 각 작가별로 제일 많이 다루어진 작품 두 편씩을 든 다음, 다시 그 작품들의 성향을 분류한 것이다. 작품성향을 표시한 이 명칭들은 문학유파나 문예운동에서 유래한 문예사조명과 동일하지만, 여기서는 주로 작자(화자)가 말하는, 대상에 대해 취하는 태도와 위치를 가리키는 원근법들(perspectives)과 작품의 여러 기법들(techniques)을 뜻하는 것으로 사용한 것이다. (작품명 바로 오른편 숫자는 그 작품이 다루어진 횟수이고, 다시 그 오른편 부호는 작품성향을 표시한 것이다. 부호로 표시한 것은 ㉮가 ‘고전주의,’ ㉯가 ‘계몽주의,’ ㉰가 ‘낭만주의,’ ㉱가 ‘리얼리즘,’ ㉲가 ‘자연주의,’ ㉳가 ‘상징주의,’ ㉴가 ‘초현실주의,’ ㉵가 ‘모더니즘,’ ㉶가 ‘유미주의,’ 그리고 ㉷가 ‘실존주의’를 가리킨다.)
20세기 한국문학작품에 대한 전문가의 반응양상(표 3)
순위 작가명 작품명 및 작품론 수 작품성향
1 이광수 무정·61, 흙·44 ㉯
2 이상 날개·72, 오감도·27 ㉴
3 김소월 진달래꽃·22, 산유화·15 ㉰
4 염상섭 삼대·75, 만세전·33 ㉱
5 채만식 탁류·46, 태평천하·46 ㉱
6 한용운 ‘님의 침묵’·83, 알 수 없어요·10 ㉳
7 서정주 ‘화사집’·23, ‘질마재신화’·22 ㉶
8 김동인 감자·17, 배따라기·8 ㉲
9 정지용 유리창·9, 백록담·8 ㉵
10 김동리 무녀도·49, 사반의 십자가·23 ㉶
11 윤동주 서시·7, 자화상·4 ㉷
12 김수영 풀·14, 거대한 뿌리·3 ㉱㉵
13 이태준 사상의 월야·8, 농토·7 ㉱
14 김유정 동백꽃·7, 봄봄·5 ㉱
15 황순원 움직이는 성·26, 일월·17 ㉵
16 최인훈 광장·55, 화두·16 ㉵
17 조지훈 ‘청록집’(공동시집)·13, 승무·3 ㉮
18 박태원 천변풍경·41,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39 ㉱㉵
19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37, 화분·5 ㉶
20 박목월 ‘청록집’(공동시집)·23, ‘경상도의 가랑잎’·4 ㉰
21 이육사 절정·11, 광야·8 ㉰
22 이청준 당신들의 청국·13, 시간의 문·11 ㉵
23 김춘수 꽃·13, 처용단장·11 ㉵
24 이기영 고향·60, 두만강·11 ㉱
25 김기림 ‘기상도’·10, 시론·9 ㉵
26 임화 ‘현해탄’·4, 문학의 논리·3 ㉱
27 박두진 ‘청록집’(공동시집)·27, ‘해’·13 ㉰
28 김남천 대하·30, ‘맥’·6 ㉱
29 백석 ‘사슴’·4,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2 ㉱
30 이문열 영웅시대·20, 사람의 아들·11 ㉰
31 박경리 토지·80, 시장과 전장·12 ㉱
32 박완서 미망·7, ‘너무도 쓸쓸한 당신’·6 ㉱
33 이용악 ‘낡은 집’·5, ‘오랑캐꽃’·4 ㉱
34 신동엽 금강·22, 껍데기는 가라·2 ㉱
35 고은 백두산·9, ‘만인보’·9 ㉱
36 김지하 오적·8, ‘중심의 괴로움’·7 ㉱
37 강경애 인간문제·23, 소금·3 ㉱
38 신경림 ‘농무’·13, 남한강·7 ㉱
39 한설야 황혼·20, 탑·12 ㉱
40 김승옥 무진기행·21, 서울 1964년 겨울·7 ㉵
이 표에서 장르별로 작품을 분류하면, 시 분야가 37개인데, 그 중에는 시집이 16권이고 시가 21편이며, 소설 분야는 41개인데, 그 중에는 장편소설이 28편이고 단편소설이 11편이며 단편소설집이 2권이다. 그 밖에 평론집과 시론서가 각각 1권이다. 여기서 유의할 것은 작품론의 수량에서 소설이 시보다 41ː37(1,11배)로 우세하며, 그것은 앞에 든, < 표 1 >과는 달리, < 표 2 >의 통계와 근본적으로 동일한 경향에 속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특히 주목되는 것은 전체 80편의 작품 가운데 시와 소설이 합계 78편으로 거의 98퍼센트라는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 표 3 >에서 동일한 작품성향의 작가들끼리 각각 작가 수를 합치면 ㉮(고전주의)에 속하는 작가가 1명, ㉯(계몽주의)가 1명, ㉰(낭만주의)가 5명, ㉱(리얼리즘)가 17명, ㉲(자연주의)가 1명, ㉳(상징주의)가 1명, ㉴(초현실주의)가 1명, ㉵(모더니즘)가 7명, ㉶(유미주의)가 3명, ㉷(실존주의)가 1명 그리고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복합적 성격)가 2명이다. ㉱ 성향의 작가가 전체(40명) 중에서 42퍼센트로 제일 많고, 그 다음이 ㉵ 성향 작가가 약 18퍼센트, ㉰ 성향 작가가 약 13퍼센트, ㉶→㉱㉵로 이어지며, 끝으로 ㉮와 ㉯와 ㉲와 ㉳와 ㉴와 ㉷가 동일한 순위를 이루고 있다. 그 중에서도 ㉱와 ㉵와 ㉱㉵ 성향의 작가 총수(26명)가 전체에서 65퍼센트를 차지하여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이 그 밖의 작품성향보다 우세한 것이 주목되는 점이다. 그런데 이 40명 작가들 가운데 28명은 주권을 상실한 일제 식민지시대에 데뷔하였고, 나머지 12명은 해방직후의 혼란기, 한국동란 후의 냉전시기, 혹은 제3공화국의 권위주의시기에 등단하여 활동해왔다. 해방 이후 등단한 작가들 대부분(12명 중 10명)은 지금도 생존하여 창작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김수영의 말을 빌린다면 이들 40명 가운데 가장 수가 많은 리얼리즘 작가들은 기성사회의 질서에 대해서 불가피한 위협이 되는 외향적 작가들이고, 그 다음으로 많은 모던니즘 작가들은 기존의 문학형식에 대해서 위협이 되는 내향적 작가들이며, 그리고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복합적 성향의 작가들이 그 뒤를 잇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외향성과 내향성은 그 밖의 작가들에게도 발견된다. 가령, 낭만주의 성향의 작가들 가운데 이육사 같은 경우에서 그런 외향성을 만나게 되고, 초현실주의 성향의 이상과 유미주의 성향의 작가들에서 그런 내향성을 보게 되며, 그리고 상징주의 성향의 한용운 같은 경우에서는 그런 외향성과 내향성을 함께 느끼게 한다.
이와 같이 리얼리즘 작가들(17명)이 광의의 모더니즘 작가들(협의의 모더니즘 작가에다 초현실주의 작가와 유미주의 작가까지 포함시킨 11명)보다 훨씬(1.5배나) 많은 것은 이 두 성향 작가들 개개인의 성격 같은 것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확실한 것은 그 활동시기가 기존의 문학형식이나 기교를 파괴하고 새롭게 창조하는 일에 주력하기보다, 현실사회의 모순과 부패, 억압과 폭력에 저항하고 그것을 개혁하는 것이 더 절실한 시기라고 인식한 작가가 더 많았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김수영이 자신의 시로도 보여주고 있듯이 진정한 문학의 창작은 그런 외향성과 내향성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별하여 취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둘을 동시에 지양해나가는 것일 터이다. 그것은 그의 시가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을 함께 지양하려는 강력한 노력에 의해서 이루어낸 시적 성취에서도 나타난다. 그리고 리얼리즘 작가와 모더니즘 작가 다음으로는 낭만주의 작가가 우세를 보이는데 그것은 이 낭만주의 작가의 작품 대부분이 한국민족의 전통적 정서와 긴밀히 이어져 있음으로 해서 우리에게 그 이유를 짐작케 한다.
다음에는 < 표 3 >에 의거하여 80편의 작품들에 대한 작품론 수(1581)를 작품성향별로 각각 합산해보면, ㉮가 16, ㉯가 105, ㉰가 154, ㉱가 596, ㉲가 25, ㉳가 93, ㉴가 99, ㉵가 226, ㉶가 159, ㉷가 11, ㉱㉵가 97이다. 작품론을 제일 많이 가지고 있는 작품이 리얼리즘 성향의 작품이고, 그 다음이 모더니즘 성향의 작품이며, 그 뒤를 ㉶→㉰→㉯→㉴→㉱㉵→㉳→㉲→㉮→㉷의 순위로 이어진다. 이를 통해서 거듭 확인되는 것은 앞에 든, 한국작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작품론의 다과에 의한 작품의 순위 역시 첫째가 리얼리즘 성향의 작품이고 다음이 모더니즘 성향의 작품이라는 것과, 이 두 성향의 작품들에 대한 작품론의 수(822)가 전체 작품론 수에서 반이 넘는(약 52퍼센트)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앞의 예에서 보는 것처럼 여기서도 초현실주의 작품에 대한 작품론 수와 유미주의 작품에 대한 작품론 수를 모더니즘 작품에 대한 작품론 수에 넣어 계산하면 그 수는 1080이 되기 때문에 그것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68퍼센트를 넘는다. 이러한 비율은 앞에 든, 리얼리즘 성향의 작가 수와 모더니즘 성향의 작가 수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60퍼센트)을 오히려 약간 초과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도 기성사회의 질서를 위협하는 외향적인 리얼리즘 성향의 작품들과, 기존의 문학 형식을 위협하는 내향적인 모더니즘 성향의 작품들에 대한 작품론이 대다수를 형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낭만주의 작품에 대한 작품론 수가 다수를 차지하는 현상 역시 위의 작가 수의 경우와 마찬가지 이유로 설명된다.
아래 < 표 4 >는 20세기 한국문학작품 가운데서 전문가들이 가장 선호한 작품 22편(20위)을 위의 < 표 3 >에서 뽑아 그 각각의 성향을 분류한 것이다. 이 표를 통해서 근·현대 한국문학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응, 특히 그들이 가장 선호한 작품들의 성향이 어떤 것인지를 살펴보자.
전문들이 가장 선호한 20세기 한국문학작품 22편(표 4)
순위 작품명 (작가명)·작품론 회수 작품성향 순위 작품명 (작가명)·작품론 회수 작품성향
1 ‘님의 침묵’(한용운)·83 ㉳
2 토지(박경리)·80 ㉱
3 삼대(염상섭)·75 ㉱
4 날개(이상)·72 ㉴
5‘청록집’(박두진·조지훈·박목월)·63 ㉰
6 무정(이광수)·61 ㉯
7 고향(이기영)·60 ㉱
8 광장(최인훈)·55 ㉵
9 무녀도(김동리)·49 ㉶
10 탁류(채만식)·46 ㉱
11 태평천하(채만식)·46 ㉱
12 흙(이광수)·44 ㉯
13 천변풍경(박태원)·41 ㉱
14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박태원)·39 ㉵
15 메밀꽃 필 무렵(이효석)·37 ㉶
16 만세전(염상섭)·33 ㉱
17 대하(김남천)·30 ㉱
18 오감도(이상)·27 ㉴
19 움직이는 성(황순원)·26 ㉵
20 인간문제(강경애)·23 ㉱
20 사반의 십자가(김동리)·23 ㉶
20 ‘화사집’(서정주)·23 ㉶
여기서도 먼저 장르별에 따른 작품 수를 보면 시 분야에 4개, 소설 분야에 18개인데, 시 분야에는 시집이 3권이고 시가 1편이며, 소설 분야에는 장편소설이 14편이고 단편소설이 4편이다. 시와 소설이 전체(20위, 22편)를 모두 석권하여 그 이외 장르의 작품이 한 편도 없다는 것 역시 주목되는 점이다. 시와 소설의 수량상 비율은 4ː18로 소설이 시보다 압도적(4.5배의)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의 소설 선호경향은 < 표 2 >와 < 표 3 >의 통계에서도 나타난 터이지만, < 표 4 >의 경우에서 그런 경향은 더욱 심화되어 드러나고 있다.
또 이 22편의 작품을 작품성향별로 보면 ㉱ 성향의 작품이 9편, ㉶의 그것이 4편, ㉵의 그것이 3편, ㉯의 작품과 ㉴의 작품이 각각 2편이고, 그 밖에 ㉳의 작품과 ㉰의 작품이 각각 1편이다. 리얼리즘 작품이 제일 많은 것은 ‘표 3’의 경우와 동일하다. 그 다음이 협의의 모더니즘 작품이 아닌 유미주의 작품인 점이 ‘표 3’의 경우와 다르지만, 여기서도 광의의 모더니즘 개념에 따라 협의의 모더니즘 작품 수에 유미주의 작품과 초현실주의 작품의 수를 합치면 9편이 되다. 따라서 리얼리즘 작품과 모더니즘 작품의 비율은 9ː9로 동수가 되어 균형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 양대 성향의 작품 수가 전체(22편) 가운데서 압도적 다수(81퍼센트)를 차지한다는 것은 이미 앞에서 동일한 예를 자주 보아온 터이다.
글을 마치며
20세기 한국문학에 대한 전문가의 반응은 이상에서 보아온 바와 같이 장르 면에서는 시론과 소설론에서 압도적 다수를 보여준다는 것, 작품성향 면에서는 리얼리즘 성향의 작품에 대한 논저 수와 모더니즘 성향의 작품에 대한 논저 수가 여타 장르의 논저 수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수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시론과 소설론의 수가 전체(73,541건) 가운데서 60퍼센트대로 과반수를 차지하고, 리얼리즘 성향의 작품에 대한 논저의 수와 모더니즘 성향의 작품에 대한 논저의 수가―비록 전문가의 선호 순위 40위 안에 든, 제한된 작가의 작품에 대한 논저의 수로 계산된 것이지만―역시 60퍼센트대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도 나타나 있다. 이로써 지금까지 근·현대 한국문학에 대한 전문가의 연구는 결국 시와 소설을 중심 대상으로 하여 그것들과 연관된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에 관한 제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셈이다. 연구 대상의 장르로서 시와 소설이 갖는 비중과, 연구 대상의 작품성향으로서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 밖의 장르나 작품성향에 비해서 모두 60퍼센트대에 이르고 있다.
다음으로는 시와 소설에 대한 전문가들의 관심이 전체적으로는 시 쪽에 기울고 있지만, 위에 든 40위 안의 작가를 중심으로 보거나, 최고 선호작품 22편의 작품을 보면 시인 또는 시보다 소설가 또는 소설 쪽에 오히려 그들의 관심이 경사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20세기 한국문학에 대한 전문가들의 관심이 시 분야에서는 비교적 많은 작품으로 확산되어 있는 반면, 소설 분야에서는 그 관심이 주로 우수작품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라 하겠다. 특히 이 두 장르에 대한 전문가들의 높은 관심은 오늘의 우리 문학전문가들이 다른 어떤 장르보다 감정적이고 서정적이며 율격을 갖춘 시와 더불어 합리적이고 생활적이며 개방적인 산문정신을 지닌 소설을 모두 선호함으로써 두 장르에 대한 대체로 고른 관심을 기울여온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평론을 비롯한 이론분야를 제외하면 그 밖의 장르에 대한 배려와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그리고 < 표 2 > 혹은 < 표 3 >에 의거하면, 리얼리즘 성향의 작품에 대한 논저 수가 모더니즘 성향의 작품에 대한 논저 수에 비해서 약 3ː2 비율로 다수를 차지한다는 것과, 이런 현상은 그것들이 씌어지던 당시의 시대상황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 그리고 전자와 후자 각각의 이론성향이 동시에 지양되어 나갔으면 한다는 필자의 바람을 이미 앞에서 내비친 바 있다. 여기에 굳이 필자의 소견 하나를 더 곁들인다면 그 지양은 무방향적인 것이 아니라 전자의 외향성과 후자의 내향성이 제대로 역사적 개념이나 범주 속에서 행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는 것은 진정한 창작이나 연구를 위해서도 대단히 필요한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1 2 3 4 5   시론 소설론 비평론 문학론 희곡영화론   26,034 18,736 9,923 6,936 2,629   35.4% 25.48% 13.49% 9.43% 3.57%   6 7 8 9 10 0 문화예술론 아동문학론 수필론 비교문학론(번역문학론) 복합장르론 기타 1,548 1,477 1,304 559 204 4,191 2.1% 2.01% 1.77% 0.76% 0.28% 5.7%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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