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이승엽 "뜻밖 큰상 얼떨떨…해외진출 포기 못해"

  • 입력 2001년 10월 31일 18시 43분


“우즈에게 꽃다발 주러 나왔는데….”

개인 3번째로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홈런왕 이승엽(25·삼성)은 상을 받은 것이 영 마뜩지 않는 표정이었다.

“사실 별 기대를 하지 않았어요. 한국시리즈 우승도 못했고 올시즌때 찬스에서 예전보다 못했는데…. 의외로 큰 상이 내게 돌아와 얼떨떨합니다.”

그의 말처럼 이승엽에게 올시즌은 그리 ‘행복한’ 한해는 아니었다. 프로 사상 첫 5년 연속 30홈런의 기록을 세웠지만 타격 타이틀은 홈런왕(39개) 뿐이었고 시즌 중엔 찬스에서 제 몫을 못해 “영양가 없는 타자”라는 감독의 비난도 들어야 했다.

가장 중요한 한국시리즈에선 3홈런을 때려내며 중심타자 역할을 톡톡히 했으나 두산에 1승3패로 역전패하는 바람에 빛이 바랬다. 한국시리즈 우승과 함께 해외진출을 하려던 ‘피날레 계획’이 틀어져 버린 것.

현재 이승엽은 ‘공중에 붕 떠 있는’ 상태다. 몇 년 전부터 추진해 왔던 해외진출이 구단의 반대에 부닥쳐 좌절될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 한국시리즈 다음날 김재하 단장을 찾아가 “해외로 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일언지하에 거절당한 상태.

이승엽은 MVP 수상 뒤 “정말 가고 싶다. 몇 년 전부터 일본프로야구쪽으로 추진을 했으나 올해 미국에서 관심을 보여 메이저리그로 선회했다. 현재 서너 군데에서 스카우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에는 죄송한 마음뿐이지만 올해가 갈 수 있는 최적기이고 무조건 나가는 게 아니라 오라는 곳이 있기 때문에 구단에서 배려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99년 앙드레김 패션쇼에서 모델로 만난 중앙대 영화과 1학년 휴학중인 이송정양(20)과 결혼 계획까지 갖고 있는 이승엽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식을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어쨌든 이승엽에겐 올 ‘스토브리그’가 유난히 길게 느껴질 듯 싶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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