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문대 사회학과 졸업을 앞두고 있는 서모씨(24·여)의 이력서를 본 사람들은 누구나 ‘이보다 화려할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말도 이제 더 이상 그녀를 위로하지 못한다. 올해 초부터 30여 곳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아직도 불안한 심정으로 취업문을 두드려야 하는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씨는 무엇보다 99년에 미국 어학연수를 가느라고 1년을 휴학한 것이 가장 후회스럽다고 말한다.
“그때 어학연수만 가지 않았어도 취업이 어렵지 않았던 지난해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을 텐데…. 그때보다 영어실력도 늘고 컴퓨터 자격증도 땄는데 취직은 더 어려워졌다니 정말 어이가 없어요.”
남성에 비해 여성을 적게 뽑는 기업이 많다는 점도 여학생인 서씨를 울리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 서씨는 “경기가 안 좋다고 하면 여학생들은 ‘취업 이중고’에 시달려야 한다”며 “실력이 달리는 동기 남학생과 함께 원서를 내도 남학생에게만 면접통지가 올 땐 정말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취업하는 데 드는 돈도 만만치 않다. 이력서에 첨부하는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 토익성적표 원본, 증명사진을 마련해 등기우편으로 보내는 데만 교통비까지 매번 2만∼3만원이 필요하다. 이제는 부모님께 용돈 달라고 말하기도 눈치가 보이고 자칫 올해를 넘겼다간 집안의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앞선다. 서씨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속셈학원 강사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한 달에 받는 돈은 100여만원 정도지만 마냥 집에만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서씨는 “졸업생 선배나 같은 과 동기 중에 상당수가 과외나 속셈학원 강사를 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기른 영어실력을 이렇게 쓰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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