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은 개인의 자유 평등 경쟁 등을 중시한다. 재산도 개인이 많이 가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반면 일본인들은 ‘가이샤’(회사) 같은 공동체를 중시한다. 재산도 가이샤 중심으로 모으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서는 ‘회사가 부자고 개인은 가난하다’고 한다.
한국의 어느 정치인은 ‘당수와 오랜 세월 생사고락을 같이했다’고 했다. 미국인들은 계약서 한 장 없이 수십 년간 당수를 따라다니는 정치인들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한다. 한국의 기업경영인은 각종 지인(知人)들의 경조사에 다니느라 늘 밤 12시가 넘어서야 귀가한다.
조지 로지 하버드대 경영대 교수와 ‘일본은 제일’의 저자 에즈라 보겔 하버드대 동아시아문제 전문가는 공저인 ‘이데올로기와 국가경쟁력’에서 가정 기업 등 공동체를 위해 목숨까지 거는 한국인들은 공동체주의 신봉자라고 했다. 반면 공동체보다 개인의 이익을 앞세우는 미국인들은 개인주의 신봉자라고 했다. 개인주의의 대표적 국가가 미국 영국 멕시코, 공동체주의의 대표적 국가는 한국 일본 대만이라고 했다. 이들은 공산국가들이 없어진 지금 주된 이데올로기는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가 아니고,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이며 이것이 국가경쟁력의 기본 결정요인이라고 주장했다.
‘강대국의 흥망성쇠’란 책으로 유명한 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는 얼마 전 어느 신문사 주최로 필자와 대담하는 자리에서 서양의 개인주의는 가정 기업 국가를 계속 분열시킨다고 했다. 잦은 이혼으로 가정을 갈라지게 하고, 옛 소련처럼 나라도 갈라지게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세계의 국가 수가 이번 세기 초에 비해 3배 늘었다는 것이다. 세기의 사가(史家)인 아널드 토인비는 유럽의 역사는 국가가 개인주의 때문에 계속 ‘갈라지는 역사’인 반면, 동아시아의 역사는 ‘뭉치는 역사’라고 했다. 13억명이나 되는 중국인들이 계속 한 나라로 뭉치게 된 것도 공동체주의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21세기 세계의 ‘지배올로기’는 공동체주의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식 개인주의 문제 많아
외환위기 이후 적잖은 한국인들은 공동체주의를 ‘나쁜 아시아적 가치’라며 미국식 개인주의를 모방해야 한다고 여기는 것 같다. 미국식 개인주의는 장점도 많으나 문제점 또한 적지 않다. 또 이를 미국처럼 하려면 아마도 인구 수 만큼의 총(銃), 100만명이 넘는 변호사, 철저한 법제도 등이 필요할 것이다. 공동체주의에도 물론 문제가 있지만 장점도 많다. 일본은 공동체주의로 유럽 선진국을 모두 따라잡고, 아시아 20대 회사, 세계 제일의 대외자산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 팝송은 미국식 개인주의 문화, 일본 유행가는 일본식 공동체주의 문화를 바탕으로 한 노래이다. 그러나 이 어느 것도 한국에 와서 한국 노래를 이기지 못했다. 한국 음악인들은 이런 노래를 조화하고 승화시켜 우리 식의 독창적인 노래를 만들었다. 중국 등 동남아에 부는 한류(韓流)를 일으킨 노래는 바로 이런 한국 노래다.
▲융화 시켜야 진정한 힘
동아시아인들 중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를 다같이 잘 할 수 인종은 한국인으로 보인다. 서양 개인주의 모델의 단순한 모방을 강요하는 것은 우리 가수들에게 미국 팝송만 부르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우리의 힘은 공동체주의를 버리고 개인주의를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양자의 조화와 승화에서 우러나올 것이다.
21세기는 네트워크 시대이다. 21세기 기업의 성장전략은 전략적 제휴이다. 이 모두는 공동체주의와 긴밀한 관계가 있는 것이다.
(송병락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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