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사인을 모르는 것도 문제지만 지금 산모와 출산을 앞둔 임신부들 사이에 급속도로 번지고 있는 공포감이 더욱 걱정스럽다.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산모가 기쁨 대신 공포에 사로잡혀서야 제대로 된 보건행정이라고 할 수 없다. 산후조리원 예약이 잇따라 취소되고 입원했던 산모들은 퇴원을 서두르고 있다니 불안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산후조리원은 ‘신생아들이 출산 병원에서 감염됐을 가능성도 크다’며 일부 병원에서 온 산모를 돌려보내기까지 한다니 이래저래 산모들만 고통스럽게 됐다.
문제가 이처럼 확산된 데에는 보건당국의 책임이 크다. 산후조리원은 질병에 취약한 신생아와 산모가 기거하는 곳이기 때문에 준의료기관과 다름없다. 그런데도 관할세무서에 사업자등록만 하면 영업이 가능한 서비스자유업으로 분류돼 ‘의료사각지대’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경기도가 3차례나 산후조리원 시설·관리 등에 관한 기준을 마련해 줄 것을 건의했으나 보건복지부는 번번이 묵살했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나온 시설규정 마련 건의도 묵살했다니 결과적으로 복지부의 안일한 대처가 화를 초래한 셈이다.
병원의 허술한 대응도 비난받아야 한다. 신생아들이 설사 증세를 보여 전염병의 가능성이 있는데도 다른 신생아들과 함께 치료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일산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가 처음 사망한 게 지난달 22일이고 이틀 뒤 이곳에서 또 한 명이 숨졌는데 29일에야 보건당국에 신고한 사실에서도 병원측의 늑장 대응이 드러난다.
정확한 사망 원인을 가려 임신부와 산모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불안감을 가라앉히는 것이 급선무다. 산후조리원에 대한 시설 및 관리 규정을 마련한다고 나선 당국은 산모들이 안심할 수 있는 완벽한 대책을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