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김병현 “지옥서 천당간 기분”

  • 입력 2001년 11월 5일 18시 11분


“지옥에서 천당으로 간 기분이었어요.” 두 차례나 동점홈런을 허용, ‘본의 아니게’ 올해 월드시리즈를 가장 극적인 명승부로 몰고 갔던 김병현(22)은 우승이 확정된 뒤 “정말 큰 일 날 뻔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하기도 싫은 가정이지만 만약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우승을 하지 못했다면?

그 후유증이 모두 김병현에게 돌아갈 게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김병현이 월드시리즈 4, 5차전에서 연속으로 9회말 동점 투런홈런을 허용하자 미국 언론에선 ‘전도유망한 22세 청년의 앞날이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그가 받았을 충격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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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메이저리그에서 충격적인 홈런을 맞은 뒤 사라져간 투수들은 많았다. 93년 월드시리즈 6차전에서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조 카터에게 결승홈런을 맞은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미치 윌리엄스, 96년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 짐 레이리츠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마크 홀러스…. 이들은 그 뒤로 이렇다할 성적을 남기지 못하고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사라졌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5승6패19세이브 평균자책 2.94에 내셔널리그 구원투수 중 피안타율(0.173) 1위에 오르며 애리조나의 ‘떠오르는 수호신’으로 자리잡았던 김병현. 월드시리즈에서의 그의 ‘과오’가 우승에 묻히지 않았으면 야구선수로서의 앞날에 커다란 장애가 될 법도 했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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