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제주 '골프 개발' 왜 숨기나

  • 입력 2001년 11월 11일 18시 51분


“국제 물류흐름을 통째로 바꾸지 않는 한 불가능한 얘기다.”

올 7월 민주당이 서귀포항을 관세자유지역으로 지정해 제주도를 국제 물류의 중심지로 키운다는 내용이 담긴 ‘제주 국제자유도시 특별법안’을 만들어 국무총리실로 떠넘겼을 때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 터져 나온 비판이다.

정보기술(IT)기업을 유치해 제주도에 첨단산업단지를 세우자는 민주당 안(案) 역시 첨단인력 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제주도를 홍콩이나 싱가포르 같은 국제금융 중심지로 키우자는 방안도 외국 금융기관들의 반응을 살핀 결과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정부가 특별법안의 방향을 바꾸어 30∼40개의 골프장을 새로 건설해 제주도를 세계적 골프관광지로 키우기로 결정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제주도에 한해 골프장 특소세는 완전히, 취득세 등록세는 한시적으로 면제해주기로 했다. 정부의 특별법안은 외국인 관광객만 겨냥한 것은 아닌 모양이다. 재정경제부의 한 관계자는 “서비스수지를 악화시키는 내국인의 ‘해외 골프관광’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다.

정부가 현실성을 고려해 골프관광지 육성이 ‘정답’이라는 결론을 얻었다면 이를 무작정 반대하기는 힘든 일이다. 문제는 국가적 사업의 방향이 바뀌었는데도 제대로 알리지 않는 데에 있다.

올해 안에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인데도 본보 보도(9, 10일자 A2면)가 나갈 때까지 이 같은 내용은 알려진 바 없었다. ‘사치성 스포츠’로 꼬리표가 붙은 골프를 국가사업의 핵심으로 거론하는 데 따른 부담감 때문일까. 정부당국은 제주도 골프장에만 세제혜택을 줬을 때 터져 나올 다른 지자체들의 형평성 시비를 두려워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의 반대도 당연히 만만찮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 해를 끌어온 제주도 발전계획의 방향이 잡혔다면 어떤 이유로든 이를 지체 없이 공개해야 한다.

‘장밋빛 계획’을 포기하고 골프장을 대안으로 찾은 이유와 근거도 내놓아야 한다. 비판이 두려워 더 이상 쉬쉬했다간 지역주민과 시민단체의 오해만 불러일으킬 것이다.

박중현<경제부>sanju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