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말 2001 시즌이 끝나버렸네요. 기념으로 이번 칼럼은 올해의 MLB 10대 뉴스로 정했습니다. 제가 선정한 뉴스들이니 개인적인 주관이 많이 들어간 것들입니다.
1. 신기록의 해
2001년, 싸구려 언론에 의해 조작되었지만 진짜 21세기의 첫해였던 올해는 신세기를 축하하려는 듯 신기록이 쏟아졌다. 첫째로 결코 쉽사리 깨질 것 같지 않던 맥과이어의 홈런 기록이 배리 본즈에 의해 3년 만에 3개차로 깨졌고 리키 핸더슨은 작년에 이어 리드오프히터가 보여줄 수 있는 공격과 주루 전분야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냈으며 심지어 볼넷 기록에서조차 베이브 루스를 뛰어넘었다.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1루수를 제외한 내야수 중 최고의 홈런기록자가 되어 몸값을 톡톡히 했고 커트 쉴링과 랜디존슨은 나란히 시즌+포스트 26승씩을 기록 둘이서만 52승을 거두는 상식을 넘어서는 노익장을 보여줬다. 이들 덕에 디백스는 창단 4년 만에 최단기간 WS 우승. 일본산 엔진을 단 매리너스는 시즌 초부터 고공비행을 하더니 팀 최다승인 시즌 116승 타이기록을 세웠고 트윈스, 필리스는 가난하고 빈약한 자원으로도 선전, 포스트시즌 진출까지도 가능할 뻔한 활약을 보여주었다.
2. 놀라운 신인들
이치로는 역시 천재인가보다. 타격 폼마저 바꾸고 ML 투수들에 적응하더니 여름의 잠깐 방황을 제외하고는 시즌 초부터 포스트시즌까지 연일 갖다 대기 타법을 구사하며 가장 뛰어난 야구는 ‘발야구’임을 입증해보였다. 앨버트 퓨홀스는 이치로보다 놀랍다. 맥과이어가 부상과 노쇄화로 은퇴의 기로에 섰지만 퓨홀스는 그 공백을 전혀 느끼지 못할 활약을 보였고 드류, 에드몬즈와 함께 새로운 클린업 트리오 시대의 중심에 섰다. 지미 롤린스는 신인으로서는 매우 놀라운 리드오프 능력을 보였고 특히나 수비에서는 슈퍼 유격수들에 비견할만한 놀라운 솜씨를 선보여 필리스의 2-3루간으로는 어중간 한 안타를 만들 수 없음을 보여주었다. 내년에 매리너스와 인터리그 경기를 하게 되면 이치로의 톡 건드리기 타법에 롤렌과 롤린스가 어떻게 대응하게 될런지 궁금해진다. 홈에서 단 1패만을 기록한 로이 오스왈트(특히나 그는 10점 대 경기가 쏟아지는 텐런 구장, 엔론필드에서 홈런을 안 맞기로 더욱 유명하다.)나 충격적 등장과 더욱 충격적인 몰락의 주인공 앤키엘의 2탄 버드 스미스는 폭투 없이 시즌을 마쳐 라룻사 감독을 안심시켜주었다.
3. 은퇴, 역사의 별들
토니 그윈과 립켄이 은퇴함으로써 양대리그를 대표하던 히스토리맨들이 사라졌다. 이젠 맥과이어와 핸더슨의 차례인가? 그윈은 샌디에고맨으로서 영원히 남고 싶은지 후학들을 가르칠 뜻을 밝혔고 립켄은 올 스타 전에서 새로운 홈런 기록 메이커 박찬호로부터 MVP까지 선물 받았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이었을 뿐이다. ㅜㅜ;;)
4. 영원한 강자는 역시 없다.
양키스가 무너졌다. 지터가 빌빌거렸고 우 타자들은 존슨에게 좌 타자들은 쉴링에게 옴짝달싹을 못하는 와중에 오토매틱 리베라마저 맥없이 무너졌다. 전력상 AL 최강이던 매리너스나 에이스가 우승을 못하고 모두 양키스에 무너졌던 것을 보면 역시 야구는 패기와 힘만으로 하는 경기가 아니란 것을 알게 한다. 90년대의 팀 브레이브스는 역시 90년대의 팀이었을 뿐이다. 전통의 명문 카디널스도 반지에 한 맺힌 양로원을 당해내진 못했다. 양키스는 더 이상 지금 구성원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앞으로의 대응이 궁금하고 디백스가 과연 한 살 더 먹은 선수들로 어디까지 해낼지 가 궁금한 2002년이다.
5. 테러와 편견
911 테러사건은 미국의 오만함 때문이라는 비난도 만만치 않다. 그들이 그간 중동지역에서 자행한 만행에 가까운 오욕의 역사들을 보면 그런 반인도적 테러를 감행한 테러분자조차도 일부 이해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911 사태로 본즈는 잠시 방망이를 식혔지만 이내 연이은 홈런포를 가동시켰다. 그러나 미국언론은 차분했다. 네가지 이유가 가능하다. 본즈가 흑인이라서. 또는 그가 지나치게 잘난체하고 거만해서, 아니면 테러 때문에 정신들이 없어서(하지만 테러 전에도 시큰둥했던 것은?), 마지막으로 이제는 70호는 용좀 쓰면 누구나 칠 수 있는 거다 싶어서? 이유가 무엇이건 다행히 박찬호는 기록의 중요성에 비해 비교적 방송전파를 덜 탈 수 있었다.
6. 아! 홈런
이어지는 소식도 홈런 이야기. 박찬호가 올 스타 전에서 평소 일면식도 없던 립켄에게 큼지막한 선물 하나 주더니 같은 지구의 본즈에겐 호감이 더 갔는지 71, 72호 엄청난 선물을 주었다. 형님 가시는 길 나도 따라 갈라오! 김병현이 월드시리즈 초유의 이틀연속 9회 말 투아웃 후 투런 동점홈런으로 연패를 제공하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솔직히 그렇게 똑같이 하라고 하고 짜고 친다 해도 그럴 수 있을까? 팀의 우승 덕에 김병현은 오히려 동정여론 속에서 스타가 되었고 그의 야구인생도 갑자기 성숙해져 버렸다.
7. 달궈진 방망이들
래리 워커가 돌아왔다. 최고의 캐나디안 선수인 그는 타격왕으로서의 면모를 되찾았고 덩달아 타드 헬튼은 2년 연속 50+2루타, 40+홈런을 기록하였다. 비록 마운드는 무너졌지만 투수 홈런왕 햄튼이 있어 콜로라도는 돈이 아깝지 않았다. 그에게 준 계약금 중 1/3은 타격에 대한 비용이었기에. 데릴 워드보다 먼저 각성한 버크만은 새로운 킬러B가 되었다. 그 트리오의 부활에 좀 기가 죽었는지 이달고는 부진. 하지만 휴스턴의 타선은 엔런필드에 완전히 적응하여 시즌내내 타올랐다. 루이스 곤잘레스가 벼락 같은 전성기를 구가했고 새미소사가 여전했다. 최근 수년간 파괴력의 꾸준함으로 따지자면 그의 방망이를 따를 자가 없으리라. AL의 RBI맨들인 후안 곤잘레스와 매니 라미레스는 여전한 솜씨를 보였고 3대가 야구를 한다는 야구집안 출신이란 것 외에는 별로 얘기거리가 없던 브렛 분이 ‘과열’에 가까운 완전연소를, 짐 토미와 션 그린이 드디어 홈런포에 완전히 눈을 떴다.
8. 마운드까지?
타선이 이렇도록 불타오르면 마운드는 주저앉아야 정상일텐데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양 리그를 합쳐 3점대 이하 방어율 투수가 33명이나 배출되었다. 작년의 21명에 비교하면 확실히 무언가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20+승 투수는 7명이나!) 결국 스트라이크 존의 변화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해 투타평준화가 이루어졌으며 동시에 개개인들의 타격기량이 기존의 야구이론의 수준을 확실히 넘어서 버렸다는 느낌이다. 21세기를 맞아 정말로 야구란 스포츠 자체가 꿈틀거리며 진화하고 있는 것일까? 무언가 20세기와는 궤를 달리하는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던 한해였다.
9. 우리도 할 수 있다… 라고 보여주었다.
트윈스의 시즌 전반의 활약은 놀라웠다. 인디언스를 9경기차 정도씩 제쳐두고 내달릴때에는 솔직히 매리너스와 트윈스 둘 중에 누가 최고승률 팀이 되는가가 궁금했을 정도의 기세였다. 이런 기대라면 필리스도 만만치 않았다. 이 두 팀뿐인가? 컵스는 꼴찌 전력이란 비아냥을 일거에 묵살시키며 시즌 중반 기적의 연승행진을 펼치며 ‘여기에 최희섭만 더해진다면!’ 하는 기대감에 부풀게 했다. 파드리스와 말린스의 선전도 놀라웠다. 그러나 여기에 언급한 팀들은 모두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패기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증거를 보여준다. 그러기엔 162경기란 시즌이 너무 길고 적들이 너무 많다. 끝까지 반게임 차의 박빙의 승부를 겨룰 수 있는 저력과 끈기, 또 부상병과 부진을 대체할 적절한 트레이드와 신구의 조화가 있어야 하는 법.
10. 아! 가난한 자여, 그대 이름은 죄인이니라.
확정된 바가 아니며 비난과 반대가 많아 쉽지 않겠지만 트윈스, 말린스, 엑스포스, 데블레이스 중 2팀이 퇴출될 것으로 보인다. 엑스포스는 팀의 마무리 스캇 스트릭랜드가 말하는 것처럼 “선수들이 야구하고 싶은 의욕이 안나는 상황”이 너무 오래 지속되어 그렇지않아도 진작부터 퇴출이나 연고 이전론이 제기되었으니 할 말은 없지만 올시즌 그만한 분투를 보인 트윈스를 없애는 것은 좋지않은 결정이 될 것이다. 특히나 트윈스는 야구 역사가 깊어 시장부터 의원들까지 반대기류도 만만치 않다. 구단주들 입장에선 아무래도 역사가 짧고 지역내 지지도도 없는 말린스를 없애는 것이 더 나을 듯. 어차피 억만장자 구단주들과 백만장자 선수들 사이에서 피 보는 것은 이런 힘없는 가난한 팀이니까.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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