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서울시 내년 재택근무 실시

  • 입력 2001년 11월 12일 18시 23분


서울시가 내년부터 전국의 공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재택근무제’를 도입해 국장급을 포함한 서울시 정규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시범 실시키로 했다.

서울시는 직원들의 삶의 질과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초고속 통신망과 휴대용 컴퓨터 등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집에서 사무를 보는 재택 근무제를 도입키로 하고 이번주 중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와 관련한 설문조사에 들어간다고 12일 밝혔다.

서울시의 재택근무제 도입은 기존의 직장 개념을 바꾸는 시도로 이를 계기로 사무실 책상과 전화선으로 대변되는 ‘아날로그식’ 직장 개념이 초고속 통신망과 컴퓨터 휴대전화 등이 필수적인 미래형 직장 개념으로 변화하게 될 전망이다.

▽서울시 계획〓설문조사와 직무 분석 결과를 토대로 재택 근무가 가능한 부서를 선정한 뒤 재택 근무 환경에 맞게 직무조정을 할 계획이다. 법무 기획 인사 등 대민 업무가 없고 업무 관련 자료가 데이터베이스에 구축돼 있어 굳이 사무실로 출근할 필요가 없는 부서 등이 시범 실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는 재택 근무자의 집에 통신망이 제대로 깔려 있지 않거나 업무 보안 문제가 우려될 경우를 대비해 동사무소에 ‘원격근무센터’를 두어 집에서 가까운 센터에서 업무를 보게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시 관계자는 “직원들이 승진 등 인사상의 불이익을 우려해 새로운 근무 형태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점을 감안해 국장급과 우수 공무원을 재택근무 대상자에 포함시키는 등 배려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왜 재택근무인가〓서울시는 IT기술의 발달과 ‘일과 가정의 조화’를 중시하는 젊은층들이 늘어남에 따라 재택근무제 확산이 세계적인 추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테크 리서치 기관인 ‘캐너 인-스타트’가 올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근로자 가운데 24%인 3000만명 이상이 직장에 나가지 않고 일하고 있다는 것. 이 기관은 2004년까지 ‘탈(脫) 사무실’ 직장인의 비율이 전체 근로자의 28%(약 4000만명)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기업 문화가 한국과 비슷한 일본도 일본IBM이 연말까지 재택 근무자 비율을 30%로 높이기로 하고 후지쓰 마쓰시타전기 등 대기업들도 그 비율을 확대하는 등 재택근무제가 확산되고 있다.

국내 기업의 경우 삼성전자가 지난해 10월부터 생활가전 사업부를 중심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등 외근 부서와 IT 의존도가 높은 부서를 중심으로 서서히 도입되고 있다.

서울시는 전자결재율이 99%에 이를 정도로 정보화 수준이 향상돼 있어 재택 근무 여건이 조성됐다는 판단이다.

한편 재택 근무자 입장에서는 사실상 24시간 대기 상태에서 근무하게 돼 노동 강도가 오히려 강해지리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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