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나리오 작법서에서 떠받들고 있는 금언이다. 평범한 상황에 있는 특수한 개인보다는 특수한 상황에 처한 평범한 개인이 공명을 자아내며 관객의 감정이입을 이끌어내기 쉽다는 명제와도 일맥상통한다.
그 좋은 본보기가 영화 ‘귀신이 온다’에 나오는 마다산(지앙웬)이라는 캐릭터다.
마다산은 중국 변방의 산골에 살고 있는 농부다. 노망에 들린 아버지를 모시고 살면서 때때로 남들의 눈을 피해 옆집에 사는 애 딸린 과부와 뜨거운 통정을 일삼는다는 것을 빼놓으면 무엇 하나 내세울만한 것이 없다.
문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나’라는 인물이 그의 집에 일본군 포로와 부역자를 담은 자루 두 개를 무작정 들이밀면서 발생한다.
일본이 점령한 마을에서 그 두 명의 ‘살아있는 시체’를 별 탈 없이 보관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한심한 농담 따먹기와 장광설을 풀어놓으며 느릿느릿 나아가던 영화가 돌연 급류를 타는 것은 중반 이후다. 흥겨운 마을 잔치는 잔혹한 집단학살극으로 돌변한다. 그렇다면 온다던 귀신은 일본군이었나? 촌로와 여인들 그리고 어린아이까지 도륙하는 일본군의 모습은 정녕 인간의 그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영화가 마다산없이 마무리될 수는 없다. 이 모든 과정을 목도한 마다산은 그 자신이 원귀(怨鬼)로 변한다. 배알도 없을 것처럼 무작정 사람 좋기만 하던 그가 눈알이 까뒤집은 채 일본군을 향해 절망적으로 도끼를 휘둘러대며 울부짖던 장면은 극장을 나오고 나서도 오랫동안 망막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귀신이 온다’는 특수한 문제에 봉착한 평범한 캐릭터를 극단으로 밀어붙인다. 마다산이라는 캐릭터는 우리를 웃기고 울리다가 끝내는 제 스스로 일그러져 짐승같은 절규만을 남기고 참수당한다. 그 캐릭터의 의뭉스럽고도 극단적인 변주가 어찌나 강렬한지 영화를 보고나면 뒤통수가 얼얼하고 목 주변이 서늘해진다.
(시나리오작가) besmart@nets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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