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뒤에 벌어지는 일들을 오랫동안 지켜본 박인건 세종문화회관 공연기획팀장이 국내외 유명 연주자들의 ‘긴장 해소법’을 공개했다.
◇파바로티(이탈리아·테너)〓공연 전에 굽은 못을 주워야 공연이 잘된다고 믿고 있다. 공연 주최측은 일부러 굽은 못을 여러개 떨어뜨려 놓아 그가 줍도록 한다.
◇군둘라 야노비츠(독일·소프라노)〓공연에 앞서 백포도주 한병을 준비해달라고 부탁한다. 공연 짬짬이 포도주를 마셔 공연이 끝날 때는 결국 한병을 다 비웠지만 조금도 취한 기색 없이 관객을 매료시켰다.
◇플라시도 도밍고(스페인·테너)〓1993년 독창회에 앞서 계약서 상에 더운 수건과 차가운 수건, 생수를 준비해달라고 요구했다. 공연 당일, 무대 뒤는 수건과 생수 병이 가득 쌓인 탁자로 ‘주방’풍경을 연상케 했다. 도밍고는 공연 도중 수건으로 손을 거듭 닦고 생수를 마시며 열을 식혔다.
◇엄정행(테너)〓왼손 엄지손가락과 검지 손가락 사이를 박박 밀며 긴장을 해소한다. 가까이 가 보면 때가 밀릴 정도.
◇김남윤(바이올리니스트)〓공연개막이 다가올수록 무대감독들이나 스태프들에게 수다스럽게 이것저것 묻거나 심지어 혼자 중얼중얼하면서 무대로 나선다. 김씨는 공연 당일 집을 떠나기 전에 집안 청소를 꼼꼼히 하고 나와야 편안한 마음으로 연주에 임할 수 있다고.
◇이혜경(피아니스트)〓개막 시간이 가까이 오면 몸을 움직이지 않고 눈을 꼭 감고 앉아 있다. 다른 사람들이 말을 붙이기조차 어렵다.
◇김광군(바이올리니스트)〓긴장을 푸는 방법으로 옆사람에게 등을 두드려달라고 요청한다. 보통 강도로는 효과를 보지 못한다고 생각하는지 점점 강도를 높여달라고 요구해 결국 퍽퍽 소리날 정도로 쳐야 무대로 뛰쳐나간다. 혹시 부상을 당하지 않을지 걱정이 될 정도.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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