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뉴욕 추락' 증시는 끄떡없다

  • 입력 2001년 11월 13일 18시 49분


미국의 항공기 사고에 대해 전세계 주식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은 한마디로 “이 정도 사고쯤이야”라는 반응을 보였다.

사고 소식을 접한 뒤 13일 열린 한국 주식시장은 장중 내내 조정 양상을 보였지만 장 막판 뒷심을 발휘해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장 마감 무렵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상향조정했다는 소식이 투자자들을 더욱 고무시켰다.

이날 보합선에서 출발한 종합주가지수는 외국인의 ‘팔자’ 공세에 한때 580선이 무너지기도 했으나 결국 588.83으로 마감해 나흘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코스닥도 반등에는 실패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오전의 하락폭을 크게 만회해 68선을 지켰다.

전문가들은 “주가가 지속적으로 올라 투자자들이 부담을 느끼는 시점이었는데 항공기 사고가 나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조정 국면으로 들어갔다”고 평가했다. 삼성증권 유욱재 수석연구원은 이날 장세를 “상승세에 당황해온 투자자들이 차익 매물을 내놓으면서 숨고르기 양상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날 시장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외국인이 9월24일 이후 가장 많은 692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고 이에 반해 매도로 일관했던 기관은 오랜만에 817억원의 순매수를 보였다는 점.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매수 주도세력이 외국인에서 기관으로 넘어갈지 여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종목별로는 최근 강세를 보였던 반도체 관련주들의 상승세가 주춤해졌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한국 증시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증시도 간밤의 사고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한때 10,000엔대가 붕괴됐던 일본 닛케이주가는 10,000엔대를 회복하면서 마감했고 대만의 자취안지수 역시 오전의 하락폭을 크게 만회하며 약보합세를 기록했다.

이에 앞서 사고 직후 열렸던 미국 증시는 한 월스트리트 전문가의 말처럼 “놀라울 정도로” 견고했다. 월가의 한 스트래티지스트는 “투자자들은 예상외의 소식으로 시장이 하락할 때 기회를 잡을 준비가 돼 있었다”면서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이날 항공기 추락이 테러 공격에 의한 것이 아니라 믿었고 오히려 급락세를 이용해 주식을 매수하는 기회를 노렸다”고 설명했다.

12일 나스닥지수는 개장 직후 2.5%까지 폭락했으나 곧 상승세로 돌아서 0.64% 상승하면서 마감했다. 다우존스지수도 개장 후 1시간 만에 200포인트까지 폭락했지만 53포인트 하락에 그쳤다.

이 밖에 항공기와 보험업체 주가가 크게 떨어진 유럽 증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증시가 안정세를 보였고 달러-엔 환율이 한때 119엔대까지 떨어졌으나 120엔대를 회복하는 등 외환 시장도 안정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유가는 수요감소 우려로 급락했고 금값도 강세를 보였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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