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순례/인하대학]"실용 학풍으로 승부"

  • 입력 2001년 11월 14일 18시 39분


《“이론을 위한 이론은 가라. 실용 학풍으로 승부한다.” 인하대는 실무중심의 교육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21세기 실용학풍 육성’ 프로젝트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철저한 현장 교육으로 졸업과 동시에 재교육 과정 없이 곧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준비된 인재’를 배출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인하대는 우선 항공우주 정보통신 생명공학 국제통상 등 7개 분야를 집중 육성하고 2005년까지 지적재산권 등 3개 분야에도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인하대가 다른 대학과 차별화된 특성화 교육에 역점을 둔 것은 거대 시장인 중국과 가까운 인천의 지리적 여건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북아 허브공항인 인천국제공항과 한국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미디어 벨리’와 ‘테크노 파크’ 등 첨단 인프라가 모두 인천시에 갖춰져 있어 매우 유리한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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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는 이런 장점을 최대한 살린 특성화 전략을 통해 개교 50주년이 되는 2004년까지 국내 10위권 대학으로, 2010년에는 세계 100위권 대학으로 도약한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인하대는 6.25전쟁 직후인 1954년 조국의 부흥을 염원하는 미국 하와이 교민들의 성금을 기반으로 탄생했다. 인하대의 학교 이름도 인천과 하와이의 첫 글자에서 따온 것이다.

개교 당시 6개 학과의 공과대학으로 출발한 인하대는 71년 종합대학으로 승격했고 지금은 9개 단과대학과 16개 학부, 9개 학과(1개 계열 포함), 7개 대학원에 재학생이 1만6000여명이나 된다. 부속병원으로는 성남 인하병원과 96년 인천지역 최초의 종합대학병원으로 개원한 인하대병원을 두고 있다.

▽벤처로 승부한다〓인하대는 98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으로 교육부의 ‘교육개혁 추진 우수대학’으로 선정됐고 특히 올해는 1위를 차지해 6억5000만원의 재정 지원을 받는다.

또 국내 100대 벤처기업가 중에서 인하대 출신이 가장 많고 정보통신부로부터 ‘99 최우수 정보통신창업지원센터’, ‘2000 우수정보통신창업지원센터’로 지정되는 등 벤처 분야 만큼은 최강임을 입증받았다.

국제과학논문색인(SCI) 게재 논문 수도 국내 5위를 기록하는 등 교수들의 연구 실적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학생들의 취업률은 지난해에 80%나 됐고 외환위기로 취업 여건이 최악일 때도 55%나 되는 등 서울 소재 대학들에 비해 손색이 없다. 대기업의 대학 선호도 조사에서도 꾸준히 8∼10위에 들 정도로 인하대 졸업생에 대한 평가가 좋다.

▽실용화 교육〓이공계 전공자도 경영학을 배워야 하는 학문 추세를 반영해 이공계 과정과 경영학 과정을 연결한 ‘기술경영석사과정’을 올해 처음 개설했다.

1학년 성적이 우수한 재학생이 학부 과정을 3년간 압축해서 배운 뒤 2년간의 경영학 석사과정에 들어가 5년만에 석사학위까지 마치는 과정이다. 이 제도는 국내 최초로 자연과학과 공학 분야의 지식에서 벗어나 경영학적 마인드를 길러주기 위한 것이다.

▽장학금 수혜〓수능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4년간 등록금 전액과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석 장학금’과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는 학생에게 수여하는 ‘한진그룹 장학금’ 등 60여종의 장학금 제도가 있다. 총 장학금 액수만도 연간 140여억원으로 3명중 1명꼴인 33%의 학생이 장학금을 받고 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위해 장학기금 40억원으로 별도의 장학금도 운영하고 있다.

▽기숙사 및 통학버스〓학생 101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인 ‘웅비재’는 연구실 개념으로 설계돼 인하대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을 위해 신촌, 강남, 일산, 안양에서 출발하는 통학버스가 8∼2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전동차 국철선 주안역에서 내리면 학교까지 10분 간격으로 셔틀버스가 다닌다.

▽수험생 가이드〓2002학년도 정시모집 인원은 2421명(수능특정영역 우수자 200명 포함)이고 전형기간은 ‘다’군에 속한다. 정시 원서접수기간은 12월10∼13일. 수능성적은 전 영역에서 변환표준점수를 활용하고 동일계열 지원자에 한해 수능의 일부 영역(인문계는 외국어영역, 자연계는 수리영역)에 가중치를 준다.

전형요소별 반영비율은 일반학부(과)가 수능 70%+학생부 30%, 예체능계는 수능 50%+학생부 20%+실기 30%를 각각 반영한다. 학생부 반영 교과목은 국어, 영어, 수학이며 요소별 반영비율은 교과성적 80%, 출결상황 10%, 봉사활동 10% 등이다.

수능의 특정영역 성적이 뛰어난 학생을 따로 선발하는 ‘수능특정영역 우수자’ 전형에서는 수능 성적만으로 뽑는다. 자세한 내용은 학교 홈페이지(www.inha.ac.kr)를 참고하거나 입학관리팀(032-860-8631∼4)에 문의하면 된다.

▼노건일 총장 인터뷰 "맞춤형 인재 육성"▼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대학이 얼마나 배출하느야에 국가 경쟁력이 달려 있습니다.대학은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노건일(盧健一)인하대 총장은 교내에서는 ‘깐깐한 시어머니’로 통한다. 대학이 나가야 할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는데 그치지 않고 추진 과정도 꼼꼼하게 챙기는 업무 스타일 때문에 얻은 별명이다.

“대학이나 교수는 학생들의 공부를 위해 존재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의식전환과 함께 학교를 확 바꿔야 합니다. 공부하지 않는 대학은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

노 총장은 98년 취임한 뒤 유명무실했던 교수업적평가제와 성과급제를 과감히 도입했다. 교육과 연구를 게을리하는 교수에게는 철저한 책임을 묻고 있다. 학생 평가를 상대평가로 바꾸고 출석률이 좋지 않으면 아예 학점을 주지 못하게 하는 등 학사관리를 대폭 강화했다. 교직원의 토요휴무제도 없앴다. 학생이 학교에 있으면 직원도 당연히 학교에 있어야 한다는 소신 때문이다.

시행 초기에 학내 반발도 만만치 않았지만 곧 전폭적인 지지로 바뀐 것도 총장 스스로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토요일이나 특별한 약속이 없는 날은 저도 밤늦게까지 집무실에 남아 대학발전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구상합니다. 유일한 취미였던 골프도 거의 끊다시피 했어요.”

노 총장은 교수 출신이 아니라 청와대 행정수석비서관과 교통부장관을 지낸 정통 관료 출신이다. 재단인 한진그룹에서 교육자가 아닌 그를 총장으로 발탁한 것도 그의 탁월한 업무추진 능력 때문이다.

“청와대 근무 시절 대학 관련 업무를 하면서 대학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과거나 지금이나 국가를 위해 일하는 것이지만 인재 양성 책임을 맡은 대학 총장이 훨씬 더 어깨가 무거운 것 같습니다.”

노 총장은 “과거처럼 학생들을 대충 대충 학생들을 가르쳐 내보내면 기업에서 재교육을 시켜야 하는 등 사회적 낭비가 크다”며 “이제 대학은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을 갖춘 ‘맞춤형 인재’를 길러낼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창원기자>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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