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경제는 두 개의 큰 질서 형성에 분주하다. 하나는 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 출범이고 또 하나는 중국경제의 비상이다. WTO 뉴라운드는 세계화, 자유화, 개방과 경쟁의 폭과 깊이를 더 한층 심화, 가속화시키는 것이다. 뉴라운드의 특징은 국가간의 여러 경제장벽을 더욱 낮추자는 것이고 우루과이라운드가 상부교역 중심이었던 데 반해 이번 뉴라운드는 자본과 투자 정보통신 지적재산 법률 교육 특허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교역을 총망라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예측에 따르면 뉴라운드의 출범으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6∼2.9% 증대되며 특히 공산품 평균 관세율이 7.5%로 낮아지면 수출이 유리해지고 반덤핑규제도 어느 정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새 세계경제질서 형성▼
반면 농업 수산업 서비스업은 피해가 여간 아니다. 쌀 등 농산물시장의 대폭 개방, 농업보조금의 대폭 감축, 농산물수출 보조금의 단계적 폐지, 수산 보조금 감축 등은 농수산업에 치명적이다. 힘겨운 농업전쟁이 벌어지는 셈이다. 통신 법률 교육 에너지 유통 영화 해운 건설 금융 의료 등 취약한 서비스분야의 대폭 개방도 불가피한 실정이다. 환경문제도 마찬가지다. 물론 내달부터 후속 협상에 착수해 3년 뒤에 분야별 양허안을 확정하고 2006년에 이번 도하라운드협정이 발효되는 등 아직 협상의 여지가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기본골격은 불변이다.
둘째, 중화경제권의 비약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추산에 따르면 중국의 GDP는 1990년 3878억달러, 2000년 1조7900억달러이던 것이 2015년에는 12조달러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일본은 1990년 2조9701억달러, 2000년 4조7390억달러이던 것이 2015년에도 5조달러에 머물 것이고 그렇게 되면 중국은 2015년에 미국의 14조달러보다는 조금 적겠지만 일본의 2.4배, 유럽연합(EU) 전체와 맞먹게 된다. 또 2000년 현재 세계자본의 아시아 개발도상국 투자액 1430억달러 중 74%가 중국으로 몰려들었는데 WTO 가입 후 이런 추세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렇게 되면 80년대가 일본, 90년대가 미국의 연대였던 것이 2000년대의 10년간은 중국 연대, 즉 중국이 세계경제의 동력이 되는 시기가 될 것이다. 80년에는 일본의 산업경쟁력이 세계에서 가장 우월했기 때문에 국제수지흑자가 누적돼 그 돈으로 미국의 토지 건물 기업 호텔 주식 채권을 매입해 ‘바이 아메리카’를 구가했었다. 그러던 것이 90년대 들어서는 미국이 정보기술(IT)산업호황, 주가 및 달러가치 인상정책과 특허정책 등으로 빠져나간 달러를 오히려 유입해 경제성장과 고용증대를 가능케 했고 여기에다 국제금융 지배로 ‘바이 저팬’을 구가하는 등 미국 연대가 가능했었다. 이 바탕에는 정보통신 첨단기술과 국제금융오퍼레이션기법으로 각국 GDP와 실질무역보다 20∼30배 더 많은 국제금융을 나름대로 조작할 수 있는 힘이 있었으나 10년이 지난 지금 그 힘이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첨단 과학기술산업 육성을▼
이럴 때 중국이 등장해 거대한 국내시장과 인력을 무기로 화교자본 등 외국자본을 유치, 미국에 버금가는 활력 있는 경제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두 개의 커다란 경제질서는 우리에게 기회와 시련을 함께 안겨 줄 것이며 우리가 살길은 이러한 새로운 질서에 어떻게 잘 적응하는가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 안으로 정치인, 법조인, 교육자, 기업인, 근로자들이 다 함께 한국 자본주의정신을 바로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변화하는 세계 산업구조에 걸맞은 경쟁력이 우월한 새로운 첨단과학기술산업을 하루빨리 만들어 이를 무기로 세계로, 중국으로 뛰어들어야 할 것이다.
우리보다 앞섰던 80년대의 일본, 90년대의 미국과는 달리 2000년대의 중국 연대에는 중국이 우리와 너무 경쟁적이기 때문에 우리가 설 중간지대가 있을지 의문이다. 주춤거리거나 싸움질만 하다간 언제 철강 자동차 반도체 전자 등 우리의 주력수출산업이 중국에 추월당할지 모른다.
박우희(서울대 명예교수·국제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