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여기는 '꿈찍는 공장'…3D애니 산실 '픽사 스튜디오'

  • 입력 2001년 11월 15일 20시 09분


애니메이션 ‘몬스터 주식회사’가 이달초 미국에서 개봉된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 만화영화는 1995년 ‘토이 스토리’를 제작했던 미국 ‘픽사(Pixar) 애니매이션 스튜디오’(이하 픽사)와 디즈니가 제휴해 공동으로 만든 작품.

‘몬스터…’는 미국 개봉 첫주에 6350만달러(약 825억5000만원)의 입장료 수입을 올렸다. 이 액수는 애니매이션으로 사상 최고액. 이전까지 최고액 기록은 역시 픽사가 제작한 ‘토이 스토리 2’(5740만달러)가 갖고 있었다.

# 스토리-그림 작가만 600여명

‘몬스터…’는 집안 벽장 뒤 가상 세계에 사는 괴물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국내에는 12월 21일 개봉될 예정.

흥행작을 잇따라 탄생시키는 픽사 스튜디오(캘리포니아주 에머리빌시)를 12일 찾았다. 21만 8000여평 넓이의 이곳에는 스토리 작가와 애니메이션 기술자 등 600여명이 근무한다. 이 스튜디오는 3D 애니매이션의 세계적인 산실(産室). ‘벅스 라이프’ ‘토이 스토리’가 모두 이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졌다. 디지털 기술과 문화산업을 결합시키는 첨단 현장인 셈이다.

‘토이 스토리’의 감독 존 래스터는 “픽사는 디지털 애니메이션 혁명을 주도해 왔다”며 “직원들의 자부심이 넘치는 회사”라고 말했다.

‘인어공주’ ‘라이언 킹’ 등 ‘2D 애니메이션의 제국’인 디즈니가 픽사와의 제휴에 나선 이유도 그 때문. 디즈니는 이번 ‘몬스터 주식회사’ 이외에 3편의 애니매이션을 픽사와 함께 공동 제작한다.

# 컴퓨터로 250가지 표정 그려

픽사의 3D 작업은 “실사 영화보다 더 사실에 가까운 조건을 컴퓨터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작업은 스토리 구성, 캐릭터를 만드는 모델링, 중력 바람 속도 등 다양한 변수를 감안한 시뮬레이션, 작품의 배경을 만드는 레이 아웃, 이 과정을 디지털 수치로 작업하는 렌더링, 편집과 필름 작업으로 이어진다.

모델링 단계에서는 컴퓨터로 250여 가지의 표정을 담을 수 있다. 시뮬레이션에서는 ‘몬스터…’의 주인공 털복숭이 괴물 설리반이 산에서 굴러 떨어지는 장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중력 등 세세한 부분까지 데이터를 입력한다. 렌더링 기기 1대의 값은 25만달러(약 3억2500만원)로 픽사에는 이같은 기기가 250대 있다.

픽사 스튜디오의 작업 분위기도 흥미로웠다. 스튜디오 전체가 직원들의 놀이터였다. 애니메이션계의 엘리트들이 스케이트 보드와 퀵보드를 타고 돌아다닌다. 사무실 입구에 큼지막한 자기 얼굴 사진을 붙여놓고 “이 사람 봤냐”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김갑식기자>gskim@donga.com

▼'몬스터'가 '해리포터'와 싸우면?▼

황소 뿔에 털복숭이인 설리반과 탁구공처럼 생긴 외눈박이 와조스키는 도시에 전력을 공급하는 ‘몬스터 주식회사’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 설리반의 적수인 랜달의 음모로 네살배기 소녀 부가 우연히 몬스터 시티에 오면서 설리반과 부의 우정, 설리반과 랜달의 싸움이 시작된다.

이 작품은 픽사의 이전 흥행작 ‘토이 스토리 2’에 비해 털복숭이 설리반의 잔털 하나까지 구별할 수 있을 만큼 훨씬 정교해졌다. 미국에서는 ‘해리 포터’가 16일 개봉됨에 따라 이번 주말 올해 가장 큰 흥행 싸움이 벌어질 전망이다.

▼'PC혁명' 기린아서 애니메이션 승부사로▼

픽사의 회장은 벤처기업가 스티브 잡스(46)다. 그는 21세 때인 1976년 PC혁명을 몰고온 ‘애플 컴퓨터’사를 설립하고 84년에는 히트작인 매킨토시 컴퓨터를 개발했다. 85년 애플사에서 쫓겨난 좁스는 86년 조지 루카스 감독에게서 ‘픽사’를 인수했고 절치부심끝에 95년 ‘토이 스토리’로 재기했다. 픽사는 잡스의 디지털 인생 유전이 담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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