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한국은 일본의 ‘스파링 파트너’가 되지 못했다. 99년 서울 아시아경기대회와 지난해 시드니올림픽 ‘드림팀’과의 맞대결에서 한국에 3연패하며 눈물을 흘렸던 일본은 지난해보다 훨씬 강한 멤버 구성으로 한국전을 단단히 벼른 반면 한국은 급조된 ‘반쪽짜리 드림팀’으로 이들을 상대해야 했다. 두 수 정도의 차이가 났다고 할까.
결국 한국은 일본의 벽을 넘지 못했다. 16일 대만 티엔무구장에서 열린 제34회 야구월드컵 일본과의 8강전에서 한국은 초반부터 일방적으로 리드를 당하며 1-3으로 패배해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날 일본 선발은 센트럴리그에서 다승왕(14승)을 거둔 에이스 후지이 슈고(세이부 라이온스)가 아닌 나카무라 하야토(니혼햄 파이터스). 그만큼 한국의 전력을 얕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일본 프로야구에서 겨우 6승을 거둔 나카무라에게 한국 타선은 6회까지 단 2안타에 그치는 빈공을 보였고 가토 고스케(롯데 지바 마린스)에겐 3이닝 동안 1안타로 침묵했다. 9이닝 동안 3안타로 이길 수 있는 경기는 없었다. 2회 1득점으로 영패를 모면한 게 그나마 다행.
반면 한국 선발 마일영(현대)은 지나치게 긴장한 탓인지 1, 2, 4회에 선두타자를 계속 볼넷으로 내보낼 만큼 제구력 난조로 힘들게 경기를 풀어갔다. 1회 1사 2루에서 이구치에게 적시타를 맞아 2실점한 뒤 4회엔 무사 만루에서 내야땅볼로 추가 실점했다. 한국은 4회부터 조규수(한화)에 이어 중간계투 이혜천(두산)을 내보냈으나 힘이 떨어진 이혜천을 고집하는 바람에 7회에 쐐기점수를 내줬다.
17일 도미니카와의 5, 6위 진출전으로 미끄러진 한국은 이번 대회기간 내내 잡음이 끊이지 않는 문제점을 노출했다. 국제정보 파악과 행정 능력이 없다시피 한 대한야구협회는 ‘관람객’에 불과했고 한국의 김정택 감독은 이해하기 힘든 선수 기용과 투수 교체로 선수들의 믿음을 얻는 데 실패했다. 프로선수와 코칭스태프 차출에 비협조적이었던 프로구단들도 망신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타이베이〓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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