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음반 직전의 작은 파문 ‘god’는 음반 작업 중이던 9월 맏형 박준형(32)이 소속사와의 갈등으로 ‘퇴출’조치를 당했다가 나머지 멤버들의 반대로 복귀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한고은과 열애 중인 박준형이 잦은 돌발 행동으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바람에 그룹 이미지를 훼손했다는 게 회사측의 주장. 그러나 사태는 나머지 멤버들이 퇴출 철회를 요구하면서 퇴출결정이 없던 일이 됐다.
마주 앉자마자 박준형에게 그 일부터 물어봤다. 그는 “노 코멘트”라며 한마디로 말을 잘랐다. 손호영이 옆에서 “‘god’는 ‘팀웍’의 그룹이어서 하나라도 빠지면 전체가 무너진다”고 말했다.
●새음반 타이틀곡 ‘길’은 길에 관한 물음이자 이야기다. 그 길은 도로처럼 구체적이기도 하고 인생처럼 추상적이기도 하다. 걸어온 길과 가야할 길, 가야만 할 길과 가서는 안될 길 에 대한 물음이다. 그래서 이 길에 대한 고민은 누구라도 한번쯤 생각했을 법한, 보편적인 것이다.
‘길’은 ‘어머님께’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거짓말’ 등 1∼3집의 히트곡을 연상시킨다. 뭔가 생각케하는 목소리와 잔잔하게 가슴을 파고드는 멜로디 등. 그래서 ’god’ 팬인 이혜숙씨는 “이번에도 ‘god’를 발굴하고 스타덤에 올린 가수 박진영의 그림자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god’는 박진영을 벗어나는 ‘길’을 택하지 않았던 것일까.
“아닙니다. 우리 다섯이 먼저 공감대를 이룬 뒤 진영이 형과 ‘격렬한’ 토론을 거쳐 녹음에 들어갑니다. 10시간을 녹음한다면 그 절반을 토론하는 데 보냅니다. 전체적인 분위기야 프로듀싱한 진영이 형의 냄새가 나지만 내부의 세세한 결들은 지난 번과 달라요.”(김태우·손호영)
●‘god’의 인기 코드 케이블 음악 채널 m.net의 이정원씨(25·홍보팀)는 “녹화 때 바로 곁에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톱스타인데도 편안하기 그지 없었다. 노래의 이미지와 실제 모습이 다르지 않는 점이 이들의 감동 코드”라고 말했다.
‘god’의 인기 코드는 휴머니즘의 잔잔한 파동과 품격을 지닌 엔터테인먼트다. ‘길’ ‘어머님께’ 등의 노래들은 인생이나 주위 사람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god’ 멤버들은 “궁극의 ‘길’은 사람들의 행복”이라고 입을 모은다. ‘휴머니즘’은 차가운 디지털 세상일수록 팬들의 내면에 더 간절이 다가오는 코드다. ‘god’는 특히 스타덤의 발판이 된 ‘육아일기’코너 이후에 휴머니즘 코드를 내세웠고 각 멤버들이 자연스럽게 그것을 보여주는 것도 그들만의 미덕.
박해선 KBS 부주간은 “‘god’는 노골적인 상업주의가 판치는 가요계에서 품격과 휴머니즘이 큰 가치를 지녔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수정의 히로뽕 투약 혐의 등 연예인들이 팬들을 실망시키는 사건들이 잇따르자 ‘god’의 이미지도 과포장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god’의 소속사인 싸이더스의 정해익이사는 “그런 지적은 ‘god’ 멤버의 책임있는 행동과 회사의 관리 시스템으로 경계하고 있다”고 말한다.
●40대 여성 팬 ‘god’가 동아일보사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던 중, 휴대 전화로 통화를 하며 지나가던 40대 여성이 그들을 보고 “어머! ‘god’네. 얘! 나 ‘god’ 봤다”며 소리쳤다. 이 여성은 주위 사람들이 어리둥절해하자 쑥스러워 하며 바삐 발걸음을 옮겼다.
‘god’ 팬층은 이처럼 두텁다. 여대생이 가장 선호하는 그룹이기도 하고 40대, 50대 성인팬도 그들의 이미지를 좋아한다.
●그렇지만… 정상은 곧 추락을 예고한다. 올해 초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3만여명의 ‘함성’을 이끌어냈지만 그 인기가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을 ‘god’는 잘 알고 있다.
더구나 이들은 아직 음악적으로 ‘홀로서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음반에서 전공인 랩 외에 가창까지 한 데니 안은 “그래서 우리 각자는 뮤지션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시도를 했다”고 말했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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