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즌 박찬호의 봄은 그야 말로 '봄날'이 될 것만은 분명하다. 그가 다저스에 잔류하느냐 새로운 팀으로 가느냐에 대한 온갖 추측이 나돌고 있지만, 단 한가지 사실만은 불분명하지 않다. 박찬호의 수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헐값'에 박찬호를 넘김으로써 그의 '수퍼 에이전트' 관록에 오점을 남기는 일은 없을 것이란 소리다. 그 외에는 전부 다 '변수'다. 아무도 모른다. 필자는 항상 '박찬호는 다저스에 잔류하는 편이 유리하다'는 생각을 가져 왔던 사람 중에 하나다. 이런 저런 심리적 압박에 부정적인 반응을 자주 보여왔던 박찬호에겐 무엇보다도 '안정'이란 요소가 가장 절실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페르난도 타티스와 배리 본즈의 이름을 들으면 아직도 몸서리가 쳐 지는 판국에 말이다. 역사적인 홈런을 허용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물론 김병현도 예외는 아니지만, 그만큼 메이저 리그 무대에서 '철저한 이방인'으로, 그리고 '한국 야구의 선구자'로서 활동 하는 일이 얼마나 큰 정신적인 강인함이 요구되는지 짐작해 볼 수 있기도 하다. 한편으론 이번 시즌을 지켜보면서 박찬호 등판 경기에 유독 자주 등장하던 다저스의 '물 방망이'에 분노를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시애틀이나 클리브랜드, 오클랜드처럼 막강 화력을 자랑하는 아메리칸 리그 팀으로 옮기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도 있었지만, 아직까지도 필자는 박찬호의 '방망이 짝사랑'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아주 단순 무식한 이유 하나 때문에... 박찬호 역시 아메리칸 리그 '불방망이'의 표적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후배 선수 김병현의 월드시리즈 우승 장면을 보고 박찬호가 팀을 고르는 데에 너무 '월드시리즈 가능성'에 집착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메이저 리그 역사 속엔 월드시리즈 한번 달랑 우승한 후 사라져 버린 '깜짝 스타'들이 수 없이 많다. 반대로 메이저 리그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기라성 같은 '야구 귀신'들도 메이저 리그 트로피가 빗겨 간 경우도 허다하다. 다저스 루키 시절 '박찬호의 평생 라이벌'인 것처럼 언론에서 떠들고 난리를 치던 MLB 신인왕 출신 히데오 노모와의 비교에 대해 박찬호의 대답은 일관적이었다. "야구 한 두 해 하고 말 것 아니다. 은퇴할 때의 통산 성적을 놓고 얘기하자...' 대충 이런 식이었다. 정답이었다. 그런 정답을 이번 스토브 리그에도 잊지 말아줬으면 한다. 월드시리즈 트로피는 모든 야구 선수들의 꿈이요 희망이겠지만, 결코 그것이 전부일 순 없다. 100승, 200승 차근차근 챙겨가며 꾸준하고 믿을 수 있는 '한국 최초의 메이저 리거' 박찬호의 모습이 어쩌면 더 값진 야구 인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돈만 보고 팀을 결정하라'?? 어느 팀과 계약을 하더라도 박찬호의 후손 3대가 굶을 일은 없을 것이다. 돈 많이 받는 선수,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는 선수는 수도 없이 많다. 앞으로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칼 립켄 주니어와 같이 볼티모어의 '영원한 연인'으로 기억되는 선수는 흔치 않을 것이다. 그런 신화를 한국인 투수가 한국 교민들의 요새 LA 땅에 심어준다면, 그건 돈과도 반지와도 바꿀 수 없는 아주 특별한 야구 인생을 걷게 되는 일이라 본다. 필자가 아무리 떠들어 봤자 박찬호의 거취는 스캇 보라스의 입에 달려 있다. 그리고 실제 다저스의 잔류 가능성도 아주 작아 보인다. 하지만, 다저스와의 결별을 거의 기정 사실화하는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서 필자는 되새겨 본다. 박찬호가 다저스에 남아도 되는 아주 작지만 특별한 이유를...
자료제공: 후추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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