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헬스]식사장애, 빗나간 다이어트 몸도 마음도 골병

  • 입력 2001년 11월 20일 18시 37분


키 162㎝에 몸무게 37㎏인 여대생 이모씨(21)는 ‘젓가락’ 같은 몸매에도 다이어트를 열심히 한다. 거의 매일 체중을 측정한 뒤 살을 빼기 위해 하루도 거르지 않고 헬스클럽에 나가 운동을 한다.

키 165㎝에 몸무게 54㎏의 정상체중인 회사원 김모씨(25·여)는 다이어트가 끝날 때 마다 식욕을 참을 수 없어 폭식을 한다. 그 다음에는 먹은 게 살로 갈까 두려워 억지로 음식을 토해낸다. 이들은 최근 병원에 입원한 ‘식사장애’ 환자들이다.

식사장애는 선진국형 병이면서 여성병이다. 한국에서는 1980년 말부터 환자가 생겨났다.이어 무분별한 ‘비만 비즈니스’가 맹위를 떨치면서 식사장애환자 또한 급증하고 있다.

▽식사장애〓식사행동과 체중, 체형에 이상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유형은 △다이어트로 몸무게를 15% 이상 줄이고도 음식 먹는 것을 피하는 ‘신경성 식욕부진증(거식증:拒食症)’ △식사를 참다 폭식한 뒤 토해내거나 설사제 이뇨제 등을 복용하는 ‘신경성 대식증(大食症.폭식증)’ △1주일에 2회 이상, 6개월 이상을 마구 먹는 ‘신경성 폭식장애’가 있다. 신경성 식욕부진증과 신경성 대식증 환자가 가장 많다.

인제대의대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이영호교수(02-2270-0064)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젊은 여성(15∼30세) 100명 중 8명이 이같은 식사장애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교수는 “날씬함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며 “단기적으로 살을 빼는 다이어트에 혹하지 말고 평생동안 할 수 있는 운동이나 식이습관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거식증의 증상〓주로 10대 초반이나 중반에 발생한다.대표적 증상은 △체중감소가 심하면서도 지나치게 다이어트를 한다 △매우 말랐는데도 비만이라고 여긴다 △체중증가를 몹시 두려워한다 △월경이 불규칙하거나 없다 △지방과 칼로리가 적은 음식 만 먹고 항상 칼로리를 계산한다 △음식을 아주 작은 조각으로 잘라먹는 등의 이상행동을 보이거나 자신을 먹지 않으면서 남들에게 음식을 계속 만들어 제공하는 것 등이다.

▽신경성 대식증 증상〓심하게 다이어트를 하는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에 생기고 환자의 약 3분의 1은 심한 다이어트로 처음에는 거식증에 걸렸다가 폭식증 환자로 변한다. 이런 경우 신경성 대식증에 걸린 가능성이 크다. 주요 증상은 △음식점에 가기를 꺼리거나 식사약속 피하기△음식이나 체중에 집착△식사 후 자주 화장실 행 △설사제와 이뇨제를 과다하게 사용 △턱주위 침샘이 부어 빰이 다람쥐 볼처럼 동그랗게 보이는 것 등이다.

▽치료와 예방〓식사장애 환자는 스스로를 환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족이 유심히 살펴보고 병이라고 여겨지면 빨리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 일찍 치료를 받으면 고칠 수 있지만 전체 환자의 20∼30%는 증상이 심해 쉽게 고치기 어려운 상태로 병원을 찾는다. 식사장애 치료는 정신과, 내과 의사와 심리사, 영양사 등이 한 팀이 돼 치료한다. 증세의 종류와 정도에 따라 통원 치료를 하거나 입원 치료를 한다. 신체장애와 함께 정신치료도 병행한다.

백상신경정신과 강희찬원장(02-3452-9700)은 “환자 치료시 가족이 병을 잘 이해하고 적절한 대처능력을 익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밥을 안 먹는 등 최소한의 영양조차 섭취하지 않으려는 초기 상태에 바로잡아 주는 것. 초기 상태와 병적상태를 뚜렷이 구별하기 힘들지만 ‘초동제압’이 중요하다. 또 “마른 것이 아름다움으로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좋다. 굳이 살을 빼겠다면 최소한의 영양은 섭취하면서 운동을 통해 살을 빼도록 유도한다. 체중이나 체형을 놓고 이러쿵 저러쿵 놀리는 일을 삼간다.

<이진한기자·의사>likeday@donga.com

▼식사장애 평가항목▼(1=항상 2=거의 3=자주 4=가끔, 거의없다, 전혀없다)

 항 목1234
1살찌는 것이 두렵다    
2배가 고파도 식사를 하지 않는다    
3음식에 집착하는 편이다    
4억제할 수 없이 폭식을 한 적이 있다    
5음식을 작은 조각으로 나누어 먹는다    
6음식의 영양분과 열량을 알고 먹는다    
7빵이나 감자 같은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은 특히 피한다    
8음식을 많이 먹으면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것 같다    
9먹고 난 다음 토한다    
10먹고 난 다음 심한 죄책감을 느낀다    
11좀 더 날씬해져야겠다는 생각을 계속한다    
12운동을 할 때 운동 때문에 없어질 열량을 생각한다    
13남들은 나를 너무 말랐다고 생각한다    
14살이 너무 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15식사시간이 다른 사람보다 길다    
16설탕이 든 음식은 피한다    
17체중조절을 위해 다이어트용 음식을 먹는다    
18음식이 내 인생을 지배한다는 생각이 든다    
19섭취하는 음식을 조절하는 능력에 대한 자신이 있다    
20다른 사람이 음식을 먹도록 강요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21음식에 대해 많은 시간과 정력을 투자한다    
22단 음식을 먹고나면 마음이 편치 않다    
23체중을 줄이기 위해 운동 등을 하고 있다    
24위가 비어 있는 느낌이 있다    
25새로운 종류의 기름진 음식 먹는 것을 즐긴다    
26식사후 토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1은 3점, 2는 2점, 3은 1점, 4는 0점으로 계산, 총점을 구한다. 합계가 여자 22점, 남자 19점 이상이면 식사장애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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