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165㎝에 몸무게 54㎏의 정상체중인 회사원 김모씨(25·여)는 다이어트가 끝날 때 마다 식욕을 참을 수 없어 폭식을 한다. 그 다음에는 먹은 게 살로 갈까 두려워 억지로 음식을 토해낸다. 이들은 최근 병원에 입원한 ‘식사장애’ 환자들이다.
식사장애는 선진국형 병이면서 여성병이다. 한국에서는 1980년 말부터 환자가 생겨났다.이어 무분별한 ‘비만 비즈니스’가 맹위를 떨치면서 식사장애환자 또한 급증하고 있다.
▽식사장애〓식사행동과 체중, 체형에 이상을 보이는 것을 말한다. 유형은 △다이어트로 몸무게를 15% 이상 줄이고도 음식 먹는 것을 피하는 ‘신경성 식욕부진증(거식증:拒食症)’ △식사를 참다 폭식한 뒤 토해내거나 설사제 이뇨제 등을 복용하는 ‘신경성 대식증(大食症.폭식증)’ △1주일에 2회 이상, 6개월 이상을 마구 먹는 ‘신경성 폭식장애’가 있다. 신경성 식욕부진증과 신경성 대식증 환자가 가장 많다.
인제대의대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이영호교수(02-2270-0064)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젊은 여성(15∼30세) 100명 중 8명이 이같은 식사장애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교수는 “날씬함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며 “단기적으로 살을 빼는 다이어트에 혹하지 말고 평생동안 할 수 있는 운동이나 식이습관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거식증의 증상〓주로 10대 초반이나 중반에 발생한다.대표적 증상은 △체중감소가 심하면서도 지나치게 다이어트를 한다 △매우 말랐는데도 비만이라고 여긴다 △체중증가를 몹시 두려워한다 △월경이 불규칙하거나 없다 △지방과 칼로리가 적은 음식 만 먹고 항상 칼로리를 계산한다 △음식을 아주 작은 조각으로 잘라먹는 등의 이상행동을 보이거나 자신을 먹지 않으면서 남들에게 음식을 계속 만들어 제공하는 것 등이다.
▽신경성 대식증 증상〓심하게 다이어트를 하는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에 생기고 환자의 약 3분의 1은 심한 다이어트로 처음에는 거식증에 걸렸다가 폭식증 환자로 변한다. 이런 경우 신경성 대식증에 걸린 가능성이 크다. 주요 증상은 △음식점에 가기를 꺼리거나 식사약속 피하기△음식이나 체중에 집착△식사 후 자주 화장실 행 △설사제와 이뇨제를 과다하게 사용 △턱주위 침샘이 부어 빰이 다람쥐 볼처럼 동그랗게 보이는 것 등이다.
▽치료와 예방〓식사장애 환자는 스스로를 환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족이 유심히 살펴보고 병이라고 여겨지면 빨리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 일찍 치료를 받으면 고칠 수 있지만 전체 환자의 20∼30%는 증상이 심해 쉽게 고치기 어려운 상태로 병원을 찾는다. 식사장애 치료는 정신과, 내과 의사와 심리사, 영양사 등이 한 팀이 돼 치료한다. 증세의 종류와 정도에 따라 통원 치료를 하거나 입원 치료를 한다. 신체장애와 함께 정신치료도 병행한다.
백상신경정신과 강희찬원장(02-3452-9700)은 “환자 치료시 가족이 병을 잘 이해하고 적절한 대처능력을 익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밥을 안 먹는 등 최소한의 영양조차 섭취하지 않으려는 초기 상태에 바로잡아 주는 것. 초기 상태와 병적상태를 뚜렷이 구별하기 힘들지만 ‘초동제압’이 중요하다. 또 “마른 것이 아름다움으로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좋다. 굳이 살을 빼겠다면 최소한의 영양은 섭취하면서 운동을 통해 살을 빼도록 유도한다. 체중이나 체형을 놓고 이러쿵 저러쿵 놀리는 일을 삼간다.
<이진한기자·의사>likeday@donga.com
▼식사장애 평가항목▼(1=항상 2=거의 3=자주 4=가끔, 거의없다, 전혀없다)
항 목 | 1 | 2 | 3 | 4 | |
1 | 살찌는 것이 두렵다 | ||||
2 | 배가 고파도 식사를 하지 않는다 | ||||
3 | 음식에 집착하는 편이다 | ||||
4 | 억제할 수 없이 폭식을 한 적이 있다 | ||||
5 | 음식을 작은 조각으로 나누어 먹는다 | ||||
6 | 음식의 영양분과 열량을 알고 먹는다 | ||||
7 | 빵이나 감자 같은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은 특히 피한다 | ||||
8 | 음식을 많이 먹으면 다른 사람이 좋아하는 것 같다 | ||||
9 | 먹고 난 다음 토한다 | ||||
10 | 먹고 난 다음 심한 죄책감을 느낀다 | ||||
11 | 좀 더 날씬해져야겠다는 생각을 계속한다 | ||||
12 | 운동을 할 때 운동 때문에 없어질 열량을 생각한다 | ||||
13 | 남들은 나를 너무 말랐다고 생각한다 | ||||
14 | 살이 너무 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 ||||
15 | 식사시간이 다른 사람보다 길다 | ||||
16 | 설탕이 든 음식은 피한다 | ||||
17 | 체중조절을 위해 다이어트용 음식을 먹는다 | ||||
18 | 음식이 내 인생을 지배한다는 생각이 든다 | ||||
19 | 섭취하는 음식을 조절하는 능력에 대한 자신이 있다 | ||||
20 | 다른 사람이 음식을 먹도록 강요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 ||||
21 | 음식에 대해 많은 시간과 정력을 투자한다 | ||||
22 | 단 음식을 먹고나면 마음이 편치 않다 | ||||
23 | 체중을 줄이기 위해 운동 등을 하고 있다 | ||||
24 | 위가 비어 있는 느낌이 있다 | ||||
25 | 새로운 종류의 기름진 음식 먹는 것을 즐긴다 | ||||
26 | 식사후 토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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