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방형남/현상금

  • 입력 2001년 11월 21일 18시 19분


전쟁이 시작되면 피가 흐르고 돈이 뿌려진다. 아프간 전쟁도 마찬가지다. 특색이 있다면 피는 약자인 아프간이 주로 흘리고 돈은 강자인 미국이 대부분 뿌린다는 것. 아프간은 탈레반 정권 때문에 미국의 호된 공격을 받아 국가 전체가 위기에 빠졌다. 그래서 아프간인들은 하루빨리 전쟁이 끝나기를 갈망하지만 오사마 빈 라덴을 맹추격 중인 미국은 전쟁이 며칠 더 계속된다고 안타까워할 이유가 없다.

▷미국의 돈 퍼붓기는 동원된 무기와 장비가 설명한다. 보이지 않는 폭격기 B2스텔스는 날아가는 데만 매시간 1만3700달러를 쓴다. 미사일과 폭탄의 몸값도 만만치 않다. 토마호크 크루즈미사일은 100만∼200만달러, CBU89폭탄은 5만달러, JDAM폭탄은 2만5000달러의 가격표를 달고 있다. 미국의 민간연구기관인 전략예산평가센터(CSBA)는 미국이 공습 한달 동안 적게 잡으면 10억달러, 많게 잡으면 20억달러의 전비를 썼다고 추정한다.

▷미국은 빈 라덴의 목에 2500만달러(약 325억원)의 현상금을 내걸어 돈 퍼붓기의 절정을 장식했다. 당초 500만달러를 걸었다가 약소하다고 생각했던지 어제 5배로 올렸다. ‘코맨도 솔로’라는 이름의 심리전 항공기가 아프간 상공을 날아다니며 빈 라덴의 소재 파악이나 체포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최고 2500만달러를 주겠다는 방송을 하면서 전단을 뿌리고 있다고 한다. 현상금이 오르기 전 2만2000건의 제보가 미 당국에 e메일과 전화 등으로 쏟아졌다고 하니 앞으로 제보가 폭주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미국의 서부개척시대에 ‘바운티 헌터(bounty hunter)’라 불리는 냉혹한 총잡이들이 있었다. 현상금 걸린 범죄자들을 잡아 대가를 챙기는 것이 이들의 업이었다. 미국은 거액을 미끼로 빈 라덴을 사냥하는 바운티 헌터들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800달러에 불과한 아프간인들에게 2500만달러는 저항하기 어려운 유혹이다. 같은 이슬람교도인 빈 라덴을 배신하는 아프간인이 나올 것인가. 아니면 이교도에게 빈 라덴을 팔 수 없다며 황금의 유혹을 무시해 미국을 머쓱하게 할 것인가.

<방형남논설위원>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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