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핵위협 戰後 최대▼
1962년 쿠바 미사일 사태, 그 후 잇따른 수백개의 전쟁게임, 컴퓨터 시뮬레이션, 그리고 상호확증파괴(MAD) 등을 경험하면서 양측은 그 어느 누구도 핵전쟁에서 완승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됐기 때문이다(MAD란 한 나라가 선제공격을 하면 상대방이 즉시 반격에 나설 수 있어 선제공격이 곧 자살행위라는 개념으로 미국과 소련은 수십년간 이 이론에 의거해 핵전쟁을 억지해 왔다·편집자).
지미 카터 행정부 시절 국방장관이던 헤럴드 브라운은 국방부를 떠난 뒤 “핵전쟁 이후 생존자들은 결국 죽은 이들을 부러워 할 것”이라는 의견을 한 글을 통해 천명하기까지 했다.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소련이 붕괴된 89년 냉전은 종결됐다. 무기규제조약은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한물간 핵전쟁관련 정책을 분석하던 핵전략가들은 핵전쟁의 위협이 더욱 낮아졌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진실이 아니다. 세계는 1945년 20만명의 일본인을 사망케 했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핵폭격 이후 그 어느 때보다 핵공격의 위협에 둘러싸여 있다.
빌 클린턴 미 대통령 시절 국방장관이던 윌리엄 페리는 “테러리스트들 또는 불량국가의 수중에 있는 핵이나 생화학무기는 미국과 세계안보에 가장 위협적인 요소”라고 지적해 왔다. 그는 잡지 ‘포린어페어즈’를 통해 “핵무기를 만드는 노하우 등이 인터넷을 통해 갈수록 노골적으로 공개되고 있다”면서 “12개국이 소유한 수만개의 핵탄두에 대한 규제 여부 또한 불투명하고 핵분열 물질이 거래되는 암시장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중 세계를 가장 불안하게 하고 있는 곳이 바로 북한이다. 북한은 1994년 한국과 일본 미국이 공동으로 경수로를 건설해주는 대신 핵발전계획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후 북한은 지속적으로 요구돼온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조사 방문을 거절해 왔다. 북한이 아직도 핵무기 보유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는 루머도 난무한다.
최근 핵 위협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이는 바로 오사마 빈 라덴이다. 그는 파키스탄 기자와의 최근 인터뷰에서 미국이 핵무기를 먼저 이용한다면 자신들 역시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5년 전이라면 이 발언은 허풍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그렇지만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빈 라덴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밝혔지만 확신에 찬 어조는 아니었다.
이달 초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IAEA의 핵 테러관련 특별회의에서 찰스 커티스 미국 핵위협이니셔티브 회장은 “핵정책 관련 경계선이 파괴됐고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할 만큼 현재 상황에 대해 우려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도 최근 미국을 방문해 파키스탄의 핵무기고는 매우 신중하게 통제되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지만 파키스탄이 혼란 끝에 이슬람 극단주의자들 손에 넘어가고 핵위협이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다른 종류의 긴장감은 각각 핵무기를 보유한 채 대치해온 인도와 파키스탄이 비이성적인 감정싸움에 휘말려 자칫 핵위협을 가중시키는 감정적인 결정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데서 비롯된다.
▼北-빈 라덴 핵보유 가능성▼
이라크 역시 이스라엘에 의해 1981년 핵관련 시설이 폭파됐고 1991년 걸프전에서 패배했지만 비밀리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국내 기술자들이 아직도 있으며 이란 역시 비밀리에 핵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리비아도 핵무기 보유에 지속적인 관심을 표하고 있다.
‘동쪽의 불’이라는 통찰력 있는 책에서 저자 폴 브래켄은 “1999년이 되면 핵무기 위협이 다시 부활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미 예일대 교수이자 전략연구가인 그는 “세계는 지금 제2의 핵전쟁, 아시아 핵시대를 맞았다”는 충격적인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새 무기협정을 체결키 위해 지난주 만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 같은 아시아의 상황들에 대해 압도당한 것처럼 보였다는 것도 무리한 평가는 아닐 것이다.
리처드 핼로란(자유기고가·아시아 안보정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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