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의 ‘체코필하모니 오케스트라’ 공연에 초대됐던 신경희씨(48·서울 압구정동). 이번처럼 ‘제일은행과 거래하길 잘 했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이전 어느 은행에서도 받아보지 못한 ‘특별대우’를 받았다는 느낌 때문이다.
윤씨에게 이런 생각을 안겨준 제일은행의 이벤트는 ‘3개월 평균 예금액이 5000만원을 넘는 고객 중 250명에게 최상석인 12만원짜리 초대권’을 보내준 것. 은행측은 휴식시간에 로버트 코헨 행장과의 면담시간을 마련, “여러분이 은행발전에 큰 힘”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거액자산가를 유치하려는 은행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과거 재테크설명회에 초대하는 등의 수준에서 벗어나 이들만을 위한 VIP센터나 개별 상담이 가능한 PB(프라이빗뱅크)지점도 대폭 늘리고 있다.
고소득층이 은행 수익에 매우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국민은행이 컨설팅회사인 매킨지에 의뢰한 결과에 따르면 올 시중은행의 세전 수익은 약 3조5000억원. 이중 연간소득이 4000만원 이상인 고객의 기여는 3조3000만원인 반면 2000만원 이하는 오히려 1000억원의 손실을 안겨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VIP센터 확대〓하나 한미 신한 등 이전부터 고액자산가를 공략했던 은행 외에도 한빛 서울 외환 등도 VIP센터와 PB인력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서울은행은 서울 명동 본점의 재개점에 맞춰 3000만원 이상의 고액 예치고객이 이용할 수 있는 300평 규모의 ‘VIP센터’를 마련한다. 대리석 등 고급 마감재를 이용, 고객들이 외국계 은행에서처럼 우아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개별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
한빛은행도 12월 중 서울 서초와 대치, 경기 분당 등 고소득층이 많은 지점에 특급호텔 수준의 VIP센터를 마련해 1억원 이상 예치 고객을 집중 ‘관리’한다는 목표다. 이제까지 VIP유치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외환은행도 내년 중 VIP센터를 현행 19개에서 50개로 늘린다.
▽차별화된 서비스〓수수료 할인 등 주거래 고객에 제공해온 서비스와는 차별화된 서비스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중 하나가 자녀교육 관련 정보 제공. 이에 따라 ‘유학설명회’나 ‘입시설명회’ 등도 최근 봇물을 이루고 있다. 국민은행이 최근 서울 롯데호텔에서 미국 호주 캐나다 등으로의 유학을 고려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해외유학설명회’를 열었다. 외환은행도 같은 날 서울 명동 본점에서 ‘유학연수박람회’를 열었다.
서울은행은 이달 초 본점에서 유명 대학입시 전문학원의 강사와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5개 대학 입학처장을 초빙, 각 대학의 입학 요강을 안내했다. 신한은행도 서울 강남중앙지점에서 유학을 계획 중인 고객을 대상으로 2개월 주기로 무료 영어교실을 운영하고 수시로 유학 및 이민설명회를 열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진정한 PB서비스는 재테크 전반에 대한 직원들의 지식수준과 관련이 있다”며 “직원에 대한 교육과 준비가 미흡해 선진국과 비교할 때는 아직은 걸음마단계”라고 지적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시중은행별 VIP대상과 서비스 | |||
은행 | VIP나 PB 이용 자격 | 우대서비스 | 확대 전략 |
하나 | 예금 1억원 이상 | 송금 환전 신용카드연회비 등 각종 수수료 감면, 세무나 법률상담, 무료 골프클리닉 | 현재 65개의 PB영업점운영, PB센터 20여개 추가 계획 |
한미 | 〃 | 종합건강검진서비스, 특급호텔디너초대, 제주도여행서비스 등 | 내년까지 현재 100여명인 PB인력을 200명으로 확대 |
신한 | 로얄골드고객 | 종합법률자문서비스, 건강점진권, 골프클리닉, 각종 수수료 면제 | 올 연말까지 현재 128개인 VIP코너를 137개로 확대, 내년 중 240개 전 지점에 VIP센터 코너를 마련 |
조흥 | 예금 1억원이상 또는 연간 수익기여액 120만원 이상 | 건강검진권, 수수료면제, 상품권 등 사은서비스 제공 | 연말까지 19개 VIP센터를 개설, 내년말까지 80개로 확대 |
외환 | 예금 1억원이상, 연간 수익기여액 100만원 이상 | 현재는 VIP에 대한 특별대우가 없으나 내년 중 종합검진권, 항공권 제공 등 계획. 현재 19개인 VIP센터를 50개점으로 확대 | |
한빛 | 예금 1억원 이상(일부 서비스는 5억원 이상) | 가정용 안전시스템설치, 건강검진서비스, 세무 법률상담서비스 | 현재의 압구정동지점외에 12월 중 서울의 서초 대치와 경기 분당에 개설 예정 |
서울 | 예금 3000만원 이상에 수익 기여도 고려 | 자기앞수표 등 수수료 면제와 할인, 대여금고 무료이용 | 현 14명인 PB인력을 20명으로 증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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