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서울파이낸스빌딩 아케이드 "품격있는 식당 다 모였네"

  • 입력 2001년 11월 22일 18시 21분


서울 종로구 무교동에 사무실이 있는 미국 컨설팅회사 ‘어니스트 앤 영’의 정철두 부사장은 요즘 점심시간이 예전보다 즐겁다.

사무실에서 가까운 중구 태평로 서울파이낸스 빌딩 지하 아케이드에 ‘먹고 마시고 휴식할 수 있는’ 대형공간이 마련됐기 때문. 지하 2층의 비즈니스 전문 식당가와 지하 1층의 젊은 층을 겨냥한 ‘트렌디(trendy)’한 식당이 그 곳이다.

정 부사장은 “회사 근처에 비좁은 한식집 밖에 없어 외국 손님이라도 오면 삼청동까지 차를 타고 나가거나 시청 근처 호텔 음식점에 들르는 것이 고작이었다”면서 “이제는 멀리 나갈 것 없이 가까운 데서 다 해결할 수 있어 좋아졌다”고 말했다.

파이낸스빌딩 광화문 교보빌딩 등에 밀집해있는 메릴린치 매킨지 딜로이트 등 외국계 금융·컨설팅회사와 무교동의 국내 대기업이나 은행에 근무하는 20∼40대 화이트칼라들은 ‘식당 선택’의 폭을 넓혀준 파이낸스 지하 아케이드의 등장을 반기고 있다.

#품격있는 ‘무교동 화이트칼 라’를 위해

파이낸스 빌딩 지하 2층에는 이제껏 보기 힘들었던 ‘신비주의 인테리어’로 무장한 중식당 일식당 이탈리아식당이 들어섰다.

워커힐호텔과 SK가 합작해 만든 이 식당들은 모두 미팅룸을 겸할 수 있는 식사공간이 많아 비즈니스 전문 식당으로 불린다. 손님 10명 중 3명은 외국인이라 이국적인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중식당 ‘씽카이’ 내부는 붉은 색 백열전구와 한자가 씌어 있는 벽지 등 1930년대 상하이 분위기를 내는 고가구 소품으로 꾸며져 있다. 수족관에서 갓 잡은 해산물을 꺼내 광동식 양념으로 빠르게 볶아내는 메뉴가 인기. 태국 말레이시아에서 볼 수 있는 ‘오리엔탈 메뉴’도 찾는 사람이 많다.

이탈리아식당 ‘메짜루나’는 ‘뉴욕스타일’을 표방한다. ‘오픈 키친’을 도입해 주방장이 그때그때 직접 가마에서 구워낸 피자나 파스타를 손님에게 가져다 준다.

이탈리아 식당 '메짜루나'

꼬치구이, 생선조림이 유명한 일식당 ‘이끼이끼’는 평상 밑에 시냇물이 흐르는 공간을 연출해 좌석을 배치했다. 일본식 주택의 정원을 연상케 한다.

#미각 플러스 알파

20, 30대를 겨냥한 업소가 굉장히 많다. 지하 1층 샌드위치바 ‘봄프레델리’는 좋아하는 재료만 직접 골라넣는 ‘맞춤형 요리’가 가능하다. 햄버거숍 ‘치폴라’는 철판에 햄버거를 직접 구워준다. ‘파티오’에서는 칼로리는 없지만 씹히는 맛이 좋은 ‘버블(일종의 열대과일)’이 담긴 ‘버블티’가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2차, 3차 코스로 적당한 3개의‘바’는 저마다 독특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특히 ‘뭄바’는 ‘사랑방’이라는 별칭답게 적당히 어두운 가운데 은은하게 빛나는 양초 조명과 옛날 ‘중국침대’ 모양의 좌석이 인상적으로 배치돼 있다. ‘벅 밀리건스’에서는 저녁시간에 아일랜드인으로 구성된 댄스팀이 공연 한다. 이곳에서는 별도의 냉각실에 보관되는 생맥주 통에 파이프를 꽂아 퍼올리는 탓에 맥주의 첫 맛이 한결 시원하다.

포토숍 패션안경점 화장품가게 외에 갤러리(지하3층)도 있어 눈도 심심하지 않다. 연말에는 실내골프연습장과 헬스클럽도 들어설 계획이다. 지하주차장과 영업장이 붙어있어 주차여건도 좋은 편.

무교동의 한 외국계증권사에 근무하는 최지연씨(25)는 “유명한 회사 근무자가 많아서인지 다른 지하 식당가에 비해 한결 조용하고 아늑해서 좋다”고 말했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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