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방사선은 특히 해발 1000m가 넘는 고지대 지역에서 맹위를 떨친다. 지대가 높을수록 우주방사선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최근 고지대 지역의 컴퓨터를 조사한 결과 평야 지대보다 우주방사선에 의한 고장이 10배나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최근 원자력병원의 채종서 박사팀과 우주방사선에 의한 반도체의 이상 유무를 검사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병원 가속기에서 나온 우주방사선을 이용한 것이다. 채 박사는 “반도체가 고집적화 하면서 휴렛팩커드, 선, IBM 등 세계적인 컴퓨터회사들이 ‘우주방사선에 견디는 반도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우주방사선은 양성자, 중성자, 전자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입자로 구성된다. 이중 위험한 것은 대부분 대기에 붙잡히고, 땅에는 중성자 등 안정된 입자만 온다. 그러나 반도체가 16메가 D램 이상으로 발전하면서 이들도 말썽을 일으키기 시작됐다.
우주에서 날아온 중성자는 반도체 안에 있는 탄소의 원자핵과 충돌한다. 원자핵과 중성자가 충돌하면 알파선과 베타선 등 방사선이 나온다. 반도체는 전자를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는데 알파선이나 베타선은 이 전자의 운동을 교란시킨다. 반도체 안에서 정보가 뒤죽박죽 되는 것이다.
나노 기술이 발전하면 원자 하나가 소자가 되고, 회로의 선폭이 원자 하나 크기로 줄어든다. 나노제품이 우주방사선에 얻어맞으면 소자 전체가 바뀌고, 반도체 회로가 끊어진다.
<김상연동아사이언스기자>dre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