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이와 관련된 특집 및 연재기사들이 지면을 가장 많이 채울 수밖에 없었다. 미국의 대테러 전쟁 소식이 여전히 지면을 많이 차지했지만 이 기간 동안 새롭게 우리의 주목을 끈 것은 세계무역질서의 재편에 관한 소식들이었다. 중국이 WTO에 가입함으로써 세계 경제권이 어떤 지각변동을 겪을지를 심층 분석한 특집기사(12, 13일자)와 WTO 도하라운드의 출범이 한국의 무역에 미칠 영향에 관한 분석기사(15일부터 17일까지 연재)는 이 문제에 관한 독자들의 이해를 높이는 데 크게 공헌했다. 그리고 12일부터 3일간에 걸쳐 연재된 새로운 정치실험에 관한 특집기사도 독자들이 초유의 사태를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국내관련 기사의 백미는 역시 14일자 1면을 장식한 ‘국정원 김은성 차장에게 돈줬다’는 본지만의 특종이었다. 이것은 여타 신문이 당일자 석간에서야 비로소 보도할 수 있었던 특종이었다. 사실보도가 신문의 생명이라면, 특종은 신문의 꽃이다. 이 날 본지는 이 특종 하나로 활짝 꽃필 수 있었다. 아울러 이 기사는 자칫 몸통이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었던 사건의 본질을 백일하에 드러냄으로써 신문이 사회의 소금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발언이 보도가치가 공정하게 따져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여과 없이 실리는 것은 지양되어야 할 것 같다. 그들이 오가며 한 발언, 특히 특정인을 겨냥해 한 말들까지 신문이 일일이 실어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정치면에서 이러한 가십성 기사가 사라질 때 국민의 정치혐오증은 오히려 줄어들 것이다.
14일자 A31면과 15일자 A30면에 실린 여성 연예인의 마약복용기사는 이런 유의 기사들이 과거부터 지니고 있던 선정적 관성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누구든 마약을 복용했다면 처벌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당사자가 TV 드라마에서 ‘예진 아씨’였다는 사실이 그 사람을 더욱 지탄받게 할 이유는 없다. 거꾸로 생각해 만약 그가 악역을 맡았다면 덜 비난받을 수도 있다는 말인가. 따라서 이런 기사에서 당사자가 과거에 맡았던 배역은 판단의 기준에서 배제되어야 할 것이다.
19일자 A18면 전부를 ‘한일병합’ 국제학술회의를 소개하는 데 할애한 것은 일간지로서는 대단한 결단이라고 여겨진다. 다만 유사한 기사가 다음 날 A18면에 반복될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김 일 영(성균관대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