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23일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99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통화안정증권을 만기 전 사들이고 국고채권도 매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입찰 일시는 26일 오후 4∼4시30분이며 규모는 1조원.
한은의 채권시장 개입은 99년 대우그룹 몰락으로 채권 투매현상이 빚어진 이후 처음이다. 금주 들어 가격이 급락했던 채권은 한은의 개입발표 직후 일단 안정세로 돌아섰다.
▽개입배경〓한은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최근 금리 급등세(채권가격 급락)가 가라앉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 기준이 되는 3년만기 국고채 유통수익률은 20일 5.55%를 기록한 이후 매일 상승해 22일 오후 5.89%까지 치솟았다. 23일 오전엔 한은의 시장개입 임박설로 일시적인 소강상태를 보였지만 오후 들어 다시 수익률이 5.96%까지 치솟자 결국 한은이 개입했다.
한은 관계자는 “채권가격이 일정 수준 밑으로 떨어지면(금리상승) 금융기관은 손해를 감수하고 내다 팔게 되고 이는 다시 채권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이 증시로 옮긴다〓오승현 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채권시장의 위축은 증시와 채권시장의 역(逆)상관관계가 높아지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즉 조기 경기상승을 기대하는 심리가 팽배해지면서 주가상승을 노린 시중자금이 채권을 팔고 증시로 이동하는 ‘자금의 엑서더스’가 강해졌다는 것. 한은이 최근 두 차례 은행간 금리(콜금리)를 동결한 것도 ‘금리가 바닥을 쳤다’는 관측에 힘을 실어줬다.
이날 주가는 3·4분기(7∼9월) 경제성장률 발표치가 호재로 작용하며 20.62포인트나 급등했다.
▽외환시장도 ‘들썩’〓한국증시에 대한 낙관적 분위기는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원-달러환율이 23일 오후 한때 달러당 1273원대까지 떨어져 1주일 전에 비해 10원이나 내렸다.
이응백 한은 외환시장팀장은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하기 위해 외환시장에서 활발하게 달러를 팔고 있다”며 “달러화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기업들이 보유 외화를 시장에 내다 팔면서 하락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국인들은 15∼22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384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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