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림만으로도 이야기 흐름이 자연스러운 책
1.그림만으로도 이야기 흐름이 자연스러운 책
2.그림책에 대한 잘못된 생각
3.아이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그림책
▶ 4. 드러내지 않고도 감동을 주는 그림책
5. 좋은 그림책이란 어떤 책일까?
◇ 짜장 짬뽕 탕수육/김영주 지음 고경숙 그림/42쪽 6000원 재미마주
어른들은 교훈이 있는 책을 아이들에게 읽히고 싶어한다. 하지만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처럼 직접 전달되는 교훈은 감동이 없어 아이들이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에 교훈이 녹아들어 감동으로 다가올 때 비로소 자기 것이 되고, 그래야 생각이 자란다.
‘짜장, 짬뽕, 탕수육’(그림)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가치관이 학교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담겨 있다. 3학년 1학기, 서울로 전학을 온 종민이는 학교 생활이 낯설기만 하다.
1교시가 끝나고 오줌을 누는데, 반 친구 덩치가 갑자기 변기를 향해 “왕, 거지, 왕, 거지!”를 외친다. 별안간 종민이가 서있던 변기는 거지 변기가 되고, 아이들은 거지 변기를 둔 채 왕 변기에 길게 줄을 서 오줌을 눈다. “거지래요. 거지래요.” 놀림을 당한 종민이. 화장실 가기가 두려워 몇 시간 째 오줌을 참지만 그게 어디 참는다고 될 일인가?
화장실에 간 종민이는 골똘히 생각한 끝에 변기를 향해 이렇게 외친다. “짜장, 짬뽕, 탕수육!” 뒤따라온 덩치가 질세라 “왕, 거지, 왕, 거지!”를 외치지만 아이들은 잠시 후, “난 그래도 짜장이 최고야!” “난 얼큰한 짬뽕이 좋지!” “비싼 탕수육도 먹고 싶어!”하며 제각기 변기에 가서 오줌을 눈다.
‘내 귀는 짝짝이’(히도 반 헤네흐텐 글 그림, 장미란 옮김, 웅진)는 장애우에 대한 바람직한 마음을 유아의 눈높이로 잘 담아내고 있다. 한 쪽 귀가 쳐져 늘 놀림을 당하는 토끼 리키는 친구들과 똑같은 귀를 갖고싶다. 처진 귀에 풍선을 달아보고, 붕대를 감아 세워보고, 온갖 방법을 써 보지만 소용이 없다. 크게 실망하고 흐느껴 울던 리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네 귀는 멀쩡하단다. 조금 힘이 없긴 하지만 소리를 듣는데는 아무 이상이 없어. 원래 귀들은 모두 다르단다.”)에 용기를 얻는다. 다음날 리키는 친구들에게 당근과 끈을 가져오게 하고, 모두 한 쪽 귀에 당근을 매달고 즐거워한다. 처음으로 리키와 친구들이 똑같아졌다.
책 속에 담긴 가치관을 읽어내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책을 골라 가까이 놓아주는 것이 어른의 몫이라면, 책을 읽고 즐기는 가운데 스스로 생각을 키워 가는 것은 아이들의 몫이다.
조 현 애(부산대 사회교육원 ‘어린이 독서지도과정’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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