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부실 신금 인수 2달만에 수신 1000억

  • 입력 2001년 11월 26일 18시 59분


“신용금고가 제대로 영업만 한다면 이 땅에 사채업자가 발디딜 곳은 없습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에서 27년을 근무했던 직원이 부실 신용금고를 인수, 우량 금고로 탈바꿈시켜 업계에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주인공은 좋은신용금고(전 태산신용금고·경기 성남시 분당구 소재)의 임진환 사장(45·사진).

좋은신용금고는 철저하게 ‘1인당 200만원’의 소액신용대출에 집중하고 있다. 금리는 연 24∼60%, 대출기간은 보통 1년. 6개월간 연체없이 이자를 내면 금리를 깎아주기도 한다.

일부 금고처럼 중견기업에 큰돈을 빌려줬다가 돈을 떼이거나 부동산담보대출에 집중했다가 부동산값 폭락으로 대출이 부실화되는 경우를 피하겠다는 전략.

“금감원 소비자보호센터에서 근무하면서 신용이 크게 나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연 100∼500% 금리의 사채를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금고가 신용관리만 잘하면 이 시장을 차지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제도금융권과 사채업자 사이의 틈새시장이 크다는 것이 임 사장의 판단이다.

“구멍가게 주인이 동네 고객을 훤히 꿰고 있듯이 신용금고는 지역고객의 신용도를 가장 잘 파악할 수 있습니다.”

임 사장은 나아가 시중은행과 제휴해 개인신용정보를 관리하는 등 신용관리의 질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좋은금고는 또 예금을 받은 뒤 대출처를 찾는 업계관행을 따르지 않고 대출규모와 어디에 대출해줄 것인지를 먼저 정한 뒤에 받을 예금규모를 정한다. 돈만 많이 끌어 모았다가는 역마진이 발생하거나 대출을 서두르다가 부실대출을 해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임 사장은 10월 초 태산신용금고를 5억원에 매입한 후 10월19일 본점을 경기 하남시에서 분당으로 이전한 기념으로 연리 7.8%짜리 정기예금상품을 내놓았다. 즉각 전국에서 1000여명의 손님이 몰려 600억원의 예금을 단숨에 끌어모았다. 부산 목포 춘천 등 전국에서 예금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든 것. 좋은신용금고의 현재 수신액은 약 1000억원.

“퇴직자나 여유자산을 갖고 계신 분들이 금리에 매우 민감해졌다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목포에서 온 한 고객은 일가족 20명의 이름으로 1인당 5000만원씩 예금을 분산시키시더군요.”

임 사장은 “내년 6월 결산 때쯤 세상이 깜짝 놀랄 만한 수익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병기기자>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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