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는 부시 행정부가 과거 핵 및 생화학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추진해 온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이라크 등에 대해 광범위한 국제사찰을 받으라고 압력을 가할 것이라며 만일 이들이 사찰을 거부할 경우 “외교보다는 폭탄(전쟁)이 우선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우리는 이러한 보도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미국이 더 이상 ‘시간도 오래 걸리고 효과도 의심스러운’ 다자간 협상 틀에만 전적으로 매달리지는 않으리라는 것도 분명해진 듯하다.
이런 터에 우리는 북측만이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인지, 혹은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군사문제에 관한 한 북측은 여전히 기존의 완강한 자세를 버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북측은 반 테러 국제협약에 가입 의사를 밝히는 등 나름대로 달라진 국제 정세에 대응하는 노력을 보였다지만 우리는 그것만으론 아직 부족하다고 본다.
시종일관 ‘남북 화해협력이 우선’이라는 방침을 고수해 온 우리 정부도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정부가 핵과 생화학무기 재래식무기 등 북측의 ‘위협’ 부분에 대해 애써 외면해 온 것은 오늘의 안보 현안을 내일로 미루겠다는 태도로 비쳐졌을 뿐이다. 지금까지 정부의 대북 지원이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했던 것도 이처럼 안보와 대북 지원의 순서가 뒤바뀐 탓이 크다. 정부는 또 기존의 대화 우선 방침을 견지할 경우 앞으로 미국과의 대북 공조체제에 다소간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북측이 북-미 및 남북 관계에서 예전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다. 북측은 핵 및 생화학무기에 관한 국제사찰을 수용하는 등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더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 남북대화에서도 제6차 남북 장관급회담 결렬 이후 연일 계속하고 있는 대남 비방 방송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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