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우주선 표면손상 '산소원자', 미술품 복원 일등공신

  • 입력 2001년 11월 26일 20시 01분


우주선의 표면을 손상시키던 천덕꾸러기가 미술품 복원의 일등공신으로 다시 태어났다.

영국 과학잡지인 ‘뉴사이언티스트’ 최근호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과학자들이 인상파 창시자 모네의 검게 그을은 ‘수련’ 연작을 산소 원자 총을 이용해 복원하는데 거의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나사 글렌연구소의 브루스 뱅크, 샤론 밀러 박사팀이 미술품 복원에 사용한 장치는 지름 3㎜인 산소 원자 총. 산소 원자는 그을음(탄화수소)과 반응해 이산화탄소나 일산화탄소 또는 수증기로 변해 날아가 버렸다. 반면 물감은 이미 충분한 수의 산소 원자와 결합돼 있는 산화금속이기 때문에 산소 원자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1958년, 1961년 두차례의 화재로 온통 검은 그을음으로 뒤덮여 있던 모네의 수련은 산소 원자 총 앞에서 마침내 원래의 꿈꾸는 듯한 푸른색과 초록색으로 다시 살아났다.

우주 과학자들에게 산소 원자는 우주선의 표면을 손상시키는 골칫거리다. 태양 자외선에 의해 산소 분자에서 쪼개져 나온 산소 원자는 우주선이나 인공위성의 표면보호막을 분해시킬 정도로 높은 반응성을 갖고 있기 때문. 밀러 박사팀은 이러한 산소 원자의 높은 분해능력을 거꾸로 미술품 복원에 이용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미술품에 묻은 그을음을 벗겨내는 데는 벤젠과 알코올과 같은 유기용매가 사용된다. 그러나 오래된 미술품은 조그만 자극에도 물감이 부스러지는데다 액체 용매에 의해 캔버스 천이 부풀거나 색이 번질 우려가 있어 쓸모가 없었다.

밀러 박사팀은 팝 아트의 창시자 엔디 워홀의 작품 ‘욕조’에 누군가가 묻혀 놓은 립스틱 자국을 지우는데 이 기술을 적용해 처음으로 효과를 봤다.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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