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울음은 빨강과 파랑색이 번갈아 나타나지만, 소울음은 빨강 색이 주로 나타난다. 사람의 비명은 보라색 바탕에 빨간 띠가 군데군데 나타난다. 소리를 색깔로 바꾸려는 과학자들의 상상력이다.
보이지 않는 소리를 색깔로 표현하려는 연구가 국내외에서 활발하다. 소리와 색깔이 모두 파동처럼 주파수가 있다는 점을 이용해 둘을 일대일로 대응시키려는 것이다. 국내의 한 벤처기업이 다양한 음악을 색깔로 표현하는 이퀄라이저를 개발했고, 학계에서도 옷감 소리나 자연의 소리를 색깔로 바꿔 디자인에 응용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연세대 조길수 교수(의류환경학과)는 최근 열린 한국감성과학회 학술대회에서 “7가지 종류의 실크에서 나는 소리를 색깔로 바꿔본 결과 소리와 색깔에서 느껴지는 감성이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7가지의 실크 직물이 각각 스치는 소리를 녹음했다. 이 소리를 색깔로 바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소리와 색깔에서 느껴지는 감성을 비교한 것이다. 실크 소리를 색깔로 바꾸면 여러 가지 다양한 색의 띠가 번갈아 나타난다.
조 교수는 “실크 소리의 음압이 낮고 색깔띠에 붉은 색 비율이 많을수록 천이 우아한 느낌을 주며, 음압이 높고 녹색이 많으면 활동감이 많은 느낌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음압이 높고 붉은 색이 많은 천은 터프한 느낌이 난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소리의 이미지를 색깔로 바꿔 옷을 디자인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바다소리를 색깔로 바꾼 수영복, 낙엽 밟는 소리가 느껴지는 가을용 점퍼 등을 만들면 옷에서 자연의 느낌을 얻는데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도 이같은 연구가 활발하다. 일본 감성 칼라디자인 연구소의 모리 박사는 2000년 대전에서 열린 국제 감성과학 심포지엄에서 종달새 소리를 색깔로 바꿔 만든 넥타이를 국내 과학자들에게 선보이기도 했다.
올해 3/4분기 국산신기술인증(KT) 마크를 받은 벤처기업인 하모니칼라시스템은 음악을 색깔로 표현해 주는 자동차용 이퀄라이저를 개발했다. 현대오토넷과 함께 내년부터 고급 자동차에 설치할 계획이다.
기존 카 이퀄라이저는 음이 흑백의 높낮이로만 표시된다. 그러나 ‘색깔 이퀄라이저’는 소리와 색깔을 일대일로 연결시켜 말그대로 ‘색깔나는 음악’을 틀어준다. 기본적으로 도는 빨강, 미는 초록, 솔은 파랑으로 표시된다. 빛의 3원색이다. 한 음계가 높아질수록 색은 더 밝아진다. 명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재즈는 소울음소리와 비슷하다. 전체적으로 붉은 색에 보라색 띠가 섞인다.
클래식 음악은 파란색이 많으며 붉은 색 띠가 굵게 나타난다. 자가용에서 이같은 음악을 ‘보면’ 막히는 길이 조금은 덜 짜증날 것이다.
이 회사의 강미경 팀장은 “음악치료나 명상을 할 때 그 음악을 색깔로 보여주는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라며 “음악과 색깔 치료를 함께 할 수 있어 효과가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소리를 색깔로 바꾸면 자세히 분석하기 쉽다는 것도 장점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최근 항공기 소음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항공기의 착륙장치에서 나오는 바람 소음을 컴퓨터 이미지로 선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나사는 이를 통해 항공기 소음의 원인을 좀더 정밀하게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상연동아사이언스기자>dre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