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麻 藥(마약)

  • 입력 2001년 11월 27일 18시 29분


麻 藥(마약)

麻-삼 마 痲-저릴 마 喪-죽을 상 罌-장군 앵 乳-젖 유 魔-마귀 마

麻藥은 痲藥으로도 쓴다. 麻는 초기 마약을 삼에서 채취했음을 뜻하며 痲는 痲醉(마취)에 사용했음을 말해 준다. 곧 전자가 재료를 뜻한다면 후자는 용법을 뜻한다고 하겠다.

文益漸(문익점·1329∼1398) 선생이 고려 말 元나라에서 목화씨를 붓대롱에 몰래 숨겨오기 전만 해도 우리 조상들은 삼베옷을 입고 살았다. 흔히 장례식장에서 볼 수 있는 喪服(상복)이 그것으로 누런 색에다 성글고 뻣뻣하여 여름철에는 좋지만 겨울에는 무척 추웠다. 그 삼베의 원료가 되는 것이 삼으로 한자로는 麻라고 했다. 三國史記(삼국사기)나 三國遺事(삼국유사)에도 보이는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에서는 일찍부터 삼을 재배했음을 알 수 있다.

筆者(필자)가 어렸을 때만 해도 삼을 많이 재배했다. 키가 3m는 족히 넘고 대나무처럼 곧게 자라는 데다 빽빽하게 들어서 있으므로 한 여름 삼밭에 들어가면 온통 장막 속에 갇힌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컴컴했다. 줄기를 쳐내고 일정한 길이로 잘라 가마솥에 넣어 푹 찌고 나면 껍질이 훨훨 잘도 벗겨진다. 그것을 가늘게 찢어 말린 것이 삼실이며 천을 짜면 삼베가 된다.

그 삼이 어느 샌가 재배 금지령이 내려져 이제는 찾아보기조차 힘들게 되었다. 잎과 꽃을 말려 담배처럼 피워 痲藥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大麻草(대마초)가 그것이다.

麻藥 때문에 일어난 전쟁이 유명한 阿片戰爭(아편전쟁·1840∼1842)이다. 罌粟(앵속·일명 楊貴妃)의 열매에 흠집을 내면 끈끈한 乳液(유액)이 흘러나오는데 그것을 받아 덩어리로 굳힌 것이 阿片이다.

산업혁명을 거친 영국이 대량생산된 제품의 판매시장으로 중국을 꼽았지만 막상 무역을 하고 보니 엄청난 逆調(역조)였다. 즉 주력제품인 모직, 면방직, 금속제품의 수출보다는 중국으로부터 수입되는 紅茶(홍차)와 陶瓷器(도자기)의 양이 훨씬 많아 매년 막대한 양의 銀이 중국으로 유입되었던 것이다. 이 같은 무역역조를 타파하기 위해 영국은 인도에서 생산된 阿片을 중국에 수출하게 되고 이를 금지한 청나라 조정과 전쟁까지 벌이게 되었던 것이다.

痲藥의 弊害(폐해)는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다. 개인의 파멸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엄청난 피해를 준다. 일부 연예인의 마약사용이 문제가 되고 있다. 公人이라 그 피해가 더 심각한 것이다. 麻藥이 그만큼 우리 주변까지 침투되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麻藥은 魔藥(마약)이다.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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